초반 약점 AI로 보완하고 승부사 기질로 후반 역전승 견인
올해 과제는 농심배 3라운드와 응창기배 결승 3번기
'신공지능+강심장' 신진서, AI시대 최적화된 최강 프로기사
2000년에 출생한 신진서(22) 9단은 '밀레니엄 세대'답게 인공지능(AI) 활용을 가장 잘하는 프로기사다.

바둑 수법이 AI가 두는 수와 가장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아 별명조차 '신공지능'이다.

2016년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AlphaGo)의 '충격적인 데뷔' 이후 프로기사들은 이제 AI를 통해 바둑 공부를 한다.

칠순을 바라보는 원로기사 서봉수(68) 9단조차 "요즘 AI를 통해 공부하지 않는 프로기사가 있다면 바둑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을 정도다.

특히 AI가 프로기사보다 강한 분야는 초반 포석과 형세 판단이다.

인간의 눈으로는 너무나 막연해 보이는 초반 진지 구축과 좀처럼 점수를 매길 수 없는 형세의 유불리를 AI는 최첨단 슈퍼컴퓨터를 통해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이다.

반면 수읽기와 끝내기에서는 가끔 AI가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아직은 AI가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신공지능+강심장' 신진서, AI시대 최적화된 최강 프로기사
신진서는 지난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초반 포석에서 조금 밀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지만 "후반으로 가면 웬만하면 자신이 있다"라고 자평했다.

AI를 통해 공부해야 하는 분야와 자신의 약점이 명확히 일치된다.

여기에 신진서는 승부사라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강심장'까지 보유했다.

신진서는 9일 끝난 LG배 결승에서 중국의 양딩신 9단을 2-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뒤 "(양딩신이) 기량면에서는 세계 초일류이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초조해지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결승 1국 당시 기대 승률이 1%까지 급락한 절망적인 형세에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쓰게 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설명이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상대 약점을 정확히 분석하는 여유까지 보인 것이다.

아무리 큰 승부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 다른 기사들보다 유독 역전승을 많이 거두는 원동력인 셈이다.

신진서는 지난해 자신의 목표로 "세계대회에서 전승"이라고 당차게 밝힌 적이 있다.

그 목표는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박정환 9단에게 1-2로 역전패하면서 무산됐다.

'신공지능+강심장' 신진서, AI시대 최적화된 최강 프로기사
하지만 신진서는 중국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파죽의 21연승을 달리고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 기사들이 그렇게 힘들어했던 중국 기사들을 상대로 오히려 '천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 바둑랭킹에서 26개 연속 1위를 질주 중인 신진서는 세계바둑 랭킹에서도 사실상 1위로 평가받는다.

비공식이긴 하지만 세계 바둑랭킹을 산정하는 '고 레이팅스(Go Ratings)'는 2019년부터 4년 연속 신진서를 랭킹 1위로 평가했다.

그런데도 지난해까지는 신진에서보다 중국의 커제 9단을 세계 최강자로 평가하는 기사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다.

'신공지능+강심장' 신진서, AI시대 최적화된 최강 프로기사
신진서는 지난해 열린 제22회 농심배에서 5연승을 달리며 한국의 역전 우승을 견인했고, 세계대회인 춘란배와 LG배에서도 우승해 명실공히 최강자로 올라섰다.

신진서는 21일 시작하는 제23회 농심배 3라운드에서도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역전 우승을 노린다.

또 올해는 '바둑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응창기배 결승 3번기에서도 중국의 셰커 9단과 대결을 앞두고 있다.

AI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승부사 기질까지 무장한 신진서가 세계 바둑을 완전히 평정하는 시간이 이제 다가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