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말 이영하 상대로 결승 1점 홈런…"활약 예견해준 형준이에게 감사"
KS 1차전 결승홈런 배정대 "들뜨지 않겠다…슬라이더 노려 홈런"(종합)
경기 시작 전 '배정대의 멋진 세리머니'가 보고 싶다던 프로야구 kt wiz의 2년 차 투수 소형준의 바람이 결국 현실이 됐다.

14일 두산 베어스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1차전에 7번 타자로 나선 kt 배정대는 1-1로 박빙 승부가 펼쳐지던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두산 투수 이영하를 상대로 좌측 담을 넘기는 120m 대형 홈런을 쳤다.

올 시즌 144경기에 개근 출전한 배정대는 132안타 68타점 타율 0.259로 팀이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하는 데 기여했다.

다만 시즌 막바지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싸움이 한창일 때 체력적 한계로 부진한 타격감을 보인 점이 아쉬웠다.

열정적인 세리머니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배정대였기에 팀 후배인 소형준도 선배의 침체가 안타까웠다.

이에 소형준은 이날 1차전 시작 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배)정대 형이 잘할 것 같다.

시즌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충분히 쉬고 왔기 때문에 (배)정대 형이 잘해서 멋진 세리머니를 보여 줬으면 좋겠다"며 격려했다.

후배의 응원이 통했을까.

배정대는 2회말 첫 타석에서 내야 안타로 팀 첫 안타를 기록했다.

kt로서는 팀 창단 후 첫 KS 안타였다.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배정대는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두산 투수 이영하의 시속 134㎞ 높은 슬라이더를 작심한 듯 잡아당겨 공을 담 밖으로 보냈다.

kt 창단 첫 KS 홈런이자, 시리즈 우승에 절대적인 1차전 승리를 움켜쥐는 결승타였다.

홈런을 확인한 배정대는 1루를 돌면서 더그 아웃을 향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보였다.

홈에 들어온 뒤에는 관중석을 향해 길게 손을 뻗쳐 응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농심 '오늘의 깡' 타자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챙긴 배정대는 경기 뒤 "한국시리즈 첫 승리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3번 더 이겨야 하니까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며 애써 흥분된 마음을 감췄다.

이영하의 슬라이더를 노렸냐는 질문엔 "경기 전 이영하 영상을 많이 봤다.

구위가 좋은 선수여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초구 슬라이더에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타이밍을 조금 빨리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았는데 홈런이 나왔다"고 말했다.

배정대는 자신의 활약을 예견한 2차전 선발 소형준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한화와의 연습경기 2경기에서 기록한 좋은 타구를 보면서 나를 (키플레이어로) 지목한 것 같다"며 "형준이에게 감사하다.

내일도 수비와 타석에서 선발 형준이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차전을 끝내고 기자회견에서 "2차전 선발로 소형준을 낸다"고 밝혔다.

홈런을 친 뒤 홈에 들어오면서 관중석을 가리킨 것은 모처럼 경기장을 찾은 어머니에게 보낸 감사의 표시였다고도 밝혔다.

배정대는 "어머니께서 프로에 입단한 뒤 경기장에 처음 오신 것 같다.

어머니도 나처럼 긴장을 많이 하셔서 경기를 제대로 못 보신다"며 "홈런을 치고 나서 관중석에 부모님을 가리켰다.

부모님께 효도한 기분이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고 말했다.

배정대의 활약과 세리머니에 침묵하던 kt의 다른 타자들도 분발했다.

kt는 7회말 배정대의 홈런 뒤 심우준과 강백호의 안타와 두산의 수비 실책 등을 묶어 2점을 추가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kt는 7회말에 올린 3점 덕에 9회초 1점을 따라붙은 두산을 4-2로 꺾었다.

난적 두산을 상대로 힘겨운 승부가 예상됐던 1차전 승리를 kt로 끌고 온 배정대의 '멋진 홈런과 세리머니'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