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잘 버텨준 나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
'복덩이 이적생' 키움 정찬헌, 시즌 마지막까지 빛났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투수 정찬헌(31) 트레이드 효과를 마지막까지 누렸다.

정찬헌은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시즌 챔피언을 향해 질주하던 삼성은 정찬헌의 위력적인 투구 앞에선 그 기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삼성은 3회초 1사에서 김헌곤의 볼넷과 박해민의 우전 안타로 1, 2루 찬스를 만든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기회 자체를 만들지 못했다.

6회초 1사에서 호세 피렐라가 좌월 2루타를 터트렸으나 강민호가 유격수 땅볼, 오재일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끝끝내 정찬헌 공략에 실패했다.

정찬헌의 전체 투구 수 89개 중 직구는 단 2개에 불과했다.

투심 패스트볼(32개), 슬라이더(26개), 커브(23개)를 적절하게 섞어 삼성 타선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했다.

정찬헌은 팀의 '가을야구' 희망에 불을 지피는 동시에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9승)과 최다 이닝(114⅓이닝)을 동시에 경신했다.

그전까지는 LG 트윈스 시절이던 2017년 거둔 8승이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이었다.

전천후로 뛰었던 당시와는 달리 올해에는 선발로만 9승을 따내 의미가 더 컸다.

경기 뒤에 만난 정찬헌은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잘한 것 같다"며 "모든 선수가 집중해서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던졌던 것과 비슷하게 레퍼토리를 (포수) (김)재현이와 짰다.

한 이닝 한 이닝 끊어 던진다는 생각으로 매 이닝 베스트로 던졌다"고 덧붙였다.

'복덩이 이적생' 키움 정찬헌, 시즌 마지막까지 빛났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정찬헌은 7월 말 트레이드되면서 정든 팀을 떠났다.

후반기 제이크 브리검, 안우진, 한현희가 선발진에 이탈해 큰 위기에 몰렸던 키움에는 큰 힘이 됐다.

정찬헌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도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기고 '복덩이'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는 올 시즌 전체를 결산하며 "경기를 소화하는 능력, 이닝을 끌어가는 능력이 좋아졌다는 점은 만족한다"며 "올 한 해 잘 버텨줘서 나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주변에서 도와준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성이 더 길었다.

그는 "좋았다 나빴다가 명확하게 구분이 된 한해였다"며 "LG에서 시즌 첫 5∼6경기 좋았던 페이스가 한번 크게 무너지면서 2∼3경기 부진했고, 키움에 와서도 4∼5경기 잘 던지다가 이후 2∼3경기에서 크게 무너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시즌 전체를 좋은 컨디션으로 보낼 수는 없지만 안 좋았던 기간이 길었던 게 문제"라며 "이를 개선하는 게 내년 시즌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정찬헌은 그 과제를 내년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미루지 않았다.

그는 "전력분석팀을 비롯해 포수, 타자, 코치님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그 속에서 답에 가까운 방법을 찾았다"며 "그래서 최근 3경기 등판을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3경기라고 생각하면서 던졌다"고 전했다.

정찬헌은 마지막으로 "당연히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싶다"며 "만약 안 되더라도 선수들이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시즌을 마감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