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는 조모상 겪으며 '골프 사춘기'…"연장 상대 임희정에게는 미안"
"한국 선수 200승 기록의 주인공이 돼 더없이 큰 영광"
5개 대회서 3승 세계 1위 고진영 "그래도 주니어 때처럼 훈련"
고진영(26)이 최근 출전한 5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1회라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며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고진영은 24일 부산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치고 연장에서 임희정(21)을 꺾었다.

프로 데뷔 후 처음 치른 연장전에서 이긴 고진영은 9월 포틀랜드 클래식 우승을 시작으로 최근 5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1회의 놀라운 성과를 냈다.

나머지 한 대회에서도 공동 6위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또 시즌 첫 승을 거둔 7월 VOA 클래식으로 범위를 넓히면 최근 7개 대회에서 우승 4회, 준우승 1회를 달성했다.

6월 말 세계 1위 자리를 넬리 코다(미국)에게 내준 이후 급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고진영은 4개월 만에 다시 세계 1위를 되찾았다.

5개 대회서 3승 세계 1위 고진영 "그래도 주니어 때처럼 훈련"
고진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1라운드 때 생각보다 타수가 잘 안 나와서 '더 잃을 것도 없으니 남은 사흘 후회 없이 해보자'는 마음이었다"며 "2, 3라운드에 스윙도 잘 되고, 버디도 많이 나와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3라운드까지 임희정에 4타 뒤진 2위였던 고진영은 "전반에 샷이 잘 됐고, 퍼트에도 자신이 있었다"며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6개를 하고서는 제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인 8언더파를 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4타 차 역전승의 조짐이 경기 초반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결국 8언더파로 자신의 생애 최고 점수와 타이기록을 세운 그는 "11번 홀(파5)에서 그린을 넘겼는데 10야드도 안 되는 지점에서 실수가 나와 파를 했다"며 "그래서 12번 홀(파4)을 더 열심히 쳤고, 4m 정도 버디 퍼트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12번 홀 버디로 임희정을 1타 차로 제친 고진영은 "생애 첫 연장이었지만 그렇게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고 승부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연장 두 번째 샷이 185m 정도 거리였는데 공격적으로 친 것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자평했다.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200승 주인공이 된 것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200승을 한 것은 큰 행운이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제가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200승을 하게 됐고, 기록의 주인공이 돼 더없이 큰 영광"이라고 기뻐했다.

5개 대회서 3승 세계 1위 고진영 "그래도 주니어 때처럼 훈련"
연장 상대였던 후배 임희정의 플레이에 대한 평가를 부탁받고는 "(임)희정이가 잘해서 미국에 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고, 오늘 경기 전에도 '편하게 하라'고 했는데 그런 점에서 미안한 감이 없지 않다"며 "오늘 제가 운이 좋아 이겼지만 스윙도 좋고, 지금 당장 LPGA 투어로 와도 손색이 없다"고 칭찬했다.

최근 5경기에서 3승을 따낸 세계 1위지만 정작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겸손한 답변을 했다.

그는 "저는 우승을 하더라도 우승보다 제 경기력을 더 돌아보는 편"이라며 "오늘도 11번 홀 실수는 제가 아직 부족하다는 방증이고 스윙, 퍼트 모두 완벽하게 개선하려고 최선을 다해서 돌아본다"고 소개했다.

또 기대를 모았던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을 때는 "경기력이 너무 안 좋아서 스윙을 재정비하려고 했다"며 "이후 준비 기간이 한 달 정도였는데 아침 8시에 연습장에 가서 저녁 먹을 때까지 헬스장, 연습장만 왔다 갔다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주니어 시절에는 정말 '이렇게 연습하다가 죽겠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계속 발전하려면 주니어 때 마음을 갖고 연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5개 대회서 3승 세계 1위 고진영 "그래도 주니어 때처럼 훈련"
올해 상반기 잠시 슬럼프를 겪으며 '골프 사춘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던 그는 "올 초에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힘들었다"며 "미국에서 대회를 준비하면서 너무 우느라 하루 3∼4시간밖에 못 잤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골프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며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으며 연습도 열심히 하고, 골프에 대한 애정도 살아나 7월부터 우승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2개 대회를 앞두고 국내에서 잠시 쉬면서 연습할 계획인 고진영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아 파티하기엔 이르지만 연말에는 큰 파티가 있으면 좋겠다"며 시즌 마무리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