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일단 밖으로 나오세요"…패럴림피언 주정훈·주영대의 응원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 "동정받는 삶보다 동경 받는 삶을 살자."
한국 최초 패럴림픽 태권도 국가대표인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혀 있는 글이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주정훈과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금메달을 따낸 탁구 대표팀의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는 장애로 좌절하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주정훈은 4일 일본 도쿄 베이사이드 호텔 아주르 다케시바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공동취재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 되자'고 이야기했는데, 정말 동경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장애가 있기 때문에 남들과 '틀리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 선수촌에 들어가고 나서 장애는 그저 남들과 다를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나는 뒤늦게 알았지만 장애가 있는 유년기, 청소년기 여러분들도 '내가 남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밖으로 나와야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많이 도전하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어린 시절 맞벌이하는 부모님 대신 할머니 손에 자란 그는 만 두 살 때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소여물 절단기에 손을 넣어 사고를 당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한 그는 선수의 길을 걸으며 비장애인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왔다.

하지만 사춘기가 온 고등학교 2학년 때 운동을 그만뒀다.

다른 이들의 시선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그는 말했다.

[패럴림픽] "일단 밖으로 나오세요"…패럴림피언 주정훈·주영대의 응원
운동을 그만두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기도 했던 그는 주위의 권유에 2017년 겨울, 다시 태권도복을 입었다.

그리고 도쿄 패럴림픽에서 빛나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정훈은 도쿄 대회 첫 경기였던 16강전에서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에게 패했지만, 패자부활전을 거친 뒤 '리턴 매치'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이살디비로프를 물리쳤다.

메달 확정 후 경기장에 앉아 한참을 울었던 주정훈은 "경기 시작 전부터 '아, 오늘 하루가 내 태권도 인생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메달을 따고 났더니 부담감과 압박감을 털어냈다는 생각이 들어 온갖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파리 패럴림픽보다 먼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와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메달이 동료들에게 더욱 절실함을 느끼게 해줬을 거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장애가 있다고 약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깰 수 있도록 더욱 많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탁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주영대도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후배들을 향해 "일단 밖으로 나오라"고 독려했다.

체육 교사를 꿈꾸던 주영대는 경상대 체육교육과에 재학하던 1994년 여름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됐다.

그는 "처음 다치고 나서 4년 정도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

그러다 복지관 개관 소식을 듣고 재활 목적으로 탁구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라켓을 잡지도 못하는 데 탁구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라켓과 손을 붕대를 묶고 시작하면서 '아, 나도 이거는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패럴림픽] "일단 밖으로 나오세요"…패럴림피언 주정훈·주영대의 응원
'할 수 있다'를 넘어서 주영대는 이번 도쿄 대회에서 TT1 체급 정상에 올랐다.

세계 챔피언이다.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을 좌우명으로 삼은 주영대는 "(장애인) 탁구에도 그랜드슬램이 있다.

패럴림픽,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아시아장애인선수권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면 그랜드슬램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아직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없다.

내년에 세계선수권이 있는데 꼭 금메달을 따서 그랜드슬램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또 후배 양성에도 힘을 쓰고자 한다.

경남장애인탁구협회 사무국장, 진주시장애인탁구협회 부회장 등을 겸임하기도 한 주영대는 "탁구 선수들 가운데 고령자가 많다.

탁구에도 젊은 선수들이 나와서 앞으로 명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나도 이제 나이가 많으니 노하우를 전수해서 한국이 TT1, TT2 등급에서 계속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은 탁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와 단식 결승에서 맞붙었다.

제가 긴장을 덜 해서 이겼을 뿐 김현욱이 실력이 부족해서 진 게 아니다"라면서 "요즘에는 장애인 스포츠 기반이 잘 잡혀 있고 전문 코치들도 많아서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기만 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일단 밖으로 나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