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체육에 최적화된 시스템 만들 것…스포츠 과학 뒷받침돼야"
선수 세대교체 필요성 인정…"차세대 선수 적극 지원"
[패럴림픽 결산] ③ 정진완 장애인체육회장 "숙제 많아져…훈련 시스템 바꿔야"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2020 도쿄 패럴림픽 일정을 마무리하며 국내 장애인 체육 발전을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완 회장은 4일 일본 도쿄 베이사이드 호텔 아주르 다케시바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공동취재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왜 회장이 됐는지, 장애인 체육과 후배들을 위해 한국에 돌아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했다.

숙제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장애인 체육 행정가다.

2012∼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장으로 장애인 체육 관련 정책을 담당했고,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2017년부터 이천선수촌장을 지냈다.

올해 2월에는 제5대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자리에 오른 후 첫 패럴림픽인 이번 도쿄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종합순위 41위를 기록했다.

14개 종목에 역대 원정 대회 최대 규모인 159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면서 종합순위 20위(금메달 4개, 은메달 9개, 동메달 21개)를 목표로 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했다.

메달의 색과 개수로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을 모두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회 준비 과정에 미비한 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따져봐야 한다.

정 회장은 "제 결론은 선택과 집중이다.

훈련과 신인 선발 시스템, 전임 지도자 문제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대한체육회의 비장애인 시스템을 막연하게 따라간 부분이 있다"며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패럴림픽에 출전한 외국 선수들과 경기 현장을 둘러보면서 확신하게 됐다.

어리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집중 육성, 지원해야 한다.

장애인체육의 연간 훈련비는 300억 원이다.

현재의 일률적인 국가대표 훈련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 해외의 선진 시스템을 연구하고 분석했다.

귀국 후 전문가들과 함께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우리나라 장애인체육에 최적화된 훈련 시스템을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패럴림픽 결산] ③ 정진완 장애인체육회장 "숙제 많아져…훈련 시스템 바꿔야"
정 회장은 특히 '스포츠 과학'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체계적인 스포츠 과학의 뒷받침 없이 더는 대한민국이 메달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스포츠 과학 지원은 걸음마 단계다.

이천선수촌의 현장 지원 인력도 계약직 연구원 2명뿐이다"라고 했다.

장애인 체육에서는 선수들의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스포츠 등급이 나뉘는데, 등급에 맞게 선수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과학적 지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정 회장은 "휠체어테니스 임호원의 경우에도 휠체어 바스켓을 교체한 후 서브가 달라졌다.

허리에 힘을 쓸 수 있게 장비를 교체한 덕분이다.

사격의 스프링, 탁구선수들의 휠체어 높이 등도 장애 유형과 종목, 등급에 맞게 연구, 개발해 최상의 경기력을 내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예산이 있어야 한다.

정 회장은 "종목별 맞춤형 장비 지원, 체력·심리·기술-동작 분석 등 분야별 전담 스포츠 과학 인력을 확보하고 종목지도자와 상시 협의하면서 훈련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절실하다"며 "스포츠 과학 예산이 확보된다면 국가대표 훈련 예산과 사업 효과를 극대화해 2024 파리 대회, 2028 LA 대회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수층의 고령화, 노쇠화도 장애인 대표팀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한국은 이번 대회 육상, 수영 등 기초종목에서 단 1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육상에선 베테랑 49세 유병훈과 44세 전민재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고, 수영도 잠잠했다.

정 회장은 "기초종목뿐 아니라 우리나라 장애인 전문체육에 참가하는 선수가 매우 부족하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 패럴림픽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2018년부터 기초종목 육성 사업을 통해 발굴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휠체어 육상에도 현재 유망주 10여 명이 훈련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탁구의 윤지유, 김현욱, 태권도의 주정훈, 휠체어테니스의 임호원 등 차세대 선수들의 발견도 긍정적이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향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패럴림픽 결산] ③ 정진완 장애인체육회장 "숙제 많아져…훈련 시스템 바꿔야"
또 생활체육, 학교체육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에도 정 회장은 공감했다.

그는 "평창 동계패럴림픽 직후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이 추진됐다.

전국에 반다비 체육관 150개를 짓고 2천 명의 장애인체육지도자를 배치하고 스포츠 바우처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아직 현장의 성과는 미미하다"고 했다.

이어 실질적 정책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정 회장은 "반다비 체육관은 시군구 각 1곳씩 선정해 30억 원을 지원하는데, 서울 도심이나 수도권에 이 돈으로 체육시설을 짓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일수록 접근성이 제일 중요하다.

지도자의 경우에도 최소 기본 급여도 나오지 않는다.

이 부분도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체육의 '선배'이기도 한 정 회장은 후배들에게 '파이팅'을 주문하기도 했다.

"아무리 예산을 확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도 결국 경기를 뛰는 선수의 몫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가대표의 자부심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패럴림픽은 참여 자체로 아름답다고 하지만, 스포츠인은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 한계를 이겨내고 극복해내는 모습이 진정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