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태권도 선수 쿠다다디, 세계태권도연맹 등 국제사회 도움에 패럴림픽 출전
"패럴림픽 이후 태권도 붐 일었으면…약자 돕는 게 태권도 정신"
[패럴림픽] 아프간 태권도 선수 출전 도운 조정원 총재 "당연히 할 일 했다"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 대한민국 국기(國技) 태권도가 패럴림픽 무대에서 첫선을 보이자 세계태권도연맹(WT)의 조정원(74) 총재는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태권도는 2015년 1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에서 2020 도쿄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온 조정원 총재는 3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을 찾아 태권도 경기를 지켜본 뒤 "패럴림픽에 태권도가 들어간다는 꿈을 상상하다 현실이 돼 기쁘다"고 감격했다.

그러면서 "숙원이었다.

이제 태권도는 올림픽, 패럴림픽에 모두 정식종목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기쁘다"며 "WT 가맹 210개국 숫자와 비교하면 세계적인 (장애인태권도) 수준은 아직 미미하지만, 패럴림픽 이후 붐이 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종주국'인 한국에서는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이 유일하게 이번 패럴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했다.

그는 이날 16강에서 패했지만,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조 총재는 "오늘 주정훈의 경기를 봤지만 아무래도 경험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이 종주국임에도 뒤늦게 출발한 것 같지만, 우리가 좀 더 관심을 둔다면 2024 파리패럴림픽에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

태권도 종주국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패럴림픽] 아프간 태권도 선수 출전 도운 조정원 총재 "당연히 할 일 했다"

세계태권도연맹과 조 총재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의 패럴림픽 출전에 세계태권도연맹도 힘을 보탰다.

애초 쿠다다디는 남자 장애인 육상 선수 호사인 라소울리(26)와 함께 지난 16일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슬람 무장 세력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카불을 벗어나는 게 어렵게 됐다.

발이 묶인 쿠다다디는 최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으로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대표로서 도움을 요청한다"며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내 손을 잡고 도와달라"고 국제 사회에 간청하기도 했다.

이후 여러 정부와 단체 등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두 선수는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극적으로 도쿄에 도착했고 자신의 꿈을 이뤘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쿠다다디의 대체 선수를 뽑지 않고 그의 출전을 기다려왔다.

이와 함께 관련 기관과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태권도인 등을 통해 쿠다다디가 도쿄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을 찾아왔다.

조 총재는 "세계태권도연맹은 어떤 단체들보다 앞장서서 난민, 어려운 국가의 선수들을 지원하는데 최전선에 섰다.

2016년 태권도박애재단을 설립해 각지에 있는 난민, 유소년에게 태권도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힘썼다"고 했다.

[패럴림픽] 아프간 태권도 선수 출전 도운 조정원 총재 "당연히 할 일 했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쿠다다디와 육상 선수(라소울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봤다.

특히 태권도 선수가 포함돼 있었다"며 "그들이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쿠다다디가 '도쿄 패럴림픽에 꼭 출전하고 싶다'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우리의 역할은 작은 부분이었지만 기꺼이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쿠다다디가 경기를 치른 2일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은 조 총재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쿠다다디에게 그의 이름을 새긴 연맹 검정 띠를 선물로 건네며 격려했다.

조 총재는 "쿠다다디는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다.

나이는 어리지만,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라며 "어린 선수가 고통, 고뇌, 긴 여정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태권도 정신이라는 게 약자를 돕고, 평화를 인식시켜주는 일이라고 본다면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본다"며 "태권도를 통해 난민, 유소년, 고아, 재소자 등을 도우면서 꿈과 희망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

태권도가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건 곧 대한민국, 우리나라에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이 추구하는 약자 배려, 양성평등 등의 가치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태권도 심판 성비에서도 드러난다.

남녀 심판을 동일하게 15명씩 배정한다.

조 총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부터 남녀 심판의 숫자를 15명씩 같게 하고 있다.

국제기구로선 최초"라고 설명했다.

2004년 6월 고(故) 김운용 전 총재의 뒤를 이어 총재에 취임한 조 총재는 잔여 임기 10개월을 수행한 뒤 2005년, 2009년, 2013년, 2017년 차례로 연임에 성공했다.

[패럴림픽] 아프간 태권도 선수 출전 도운 조정원 총재 "당연히 할 일 했다"

다음 달 화상으로 진행될 총재 선거에도 단독 출마해 2025년까지 세계 태권도를 이끌어 갈 게 유력하다.

조 총재는 "태권도가 스포츠로서 세계화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고, 210개 회원국 규모의 연맹이 됐다.

올림픽 종목 중 랭킹 5위 안에 드는 많은 회원국"이라며 "이제는 태권도가 사회에 기여하는 스포츠로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잔류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존중받는 스포츠 기구로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태권도가 다이내믹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하는 스포츠라고 인식될 때, 비로소 올림픽과 패럴림픽 스포츠로서 길이 남을 것이다"이라며 비전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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