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2.30으로 부문 1위에 생애 첫 시즌 10승 달성 눈앞
'늦깎이' 백정현의 성공 시대…6월 이후 득점권 피안타율 0.077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좌완 백정현(34)은 "나는 언제든 선발진에서 빠질 수 있는 투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2021년 여름, 그는 KBO리그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백정현은 16일까지 평균자책점 2.30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린다.

이미 개인 최다인 시즌 9승(종전 최다승은 2019년 8승)을 올렸고, 첫 두 자릿수 승리 달성도 유력하다.

'대기만성형 투수' 백정현이 날카로운 제구와 공을 숨기는 동작인 디셉션을 무기로 올 시즌 정상급 투수로 도약했다.

백정현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37㎞로 리그 평균(142㎞)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투심(22.7%)과 체인지업(18.5%)으로 우타자 바깥쪽을 공략하고, 슬라이더(25.7%)로 좌타자 바깥쪽을 찌르며 이닝을 채웠다.

상대 득점권에서 백정현의 투구는 더 빛났다.

백정현은 피안타율 0.229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이 부문 8위다.

득점권에서는 피안타율을 0.200(공동 6위)으로 더 떨어뜨렸다.

6월부터는 득점권 피안타율을 0.077까지 낮췄다.

이 기간 득점권 피안타율 단독 선두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백정현이 달라진 건 제구력뿐"이라며 "확실한 포인트에서 공을 던지니 제구력의 완성도가 매우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백정현은 5월까지 4승 4패 평균자책점 4.08의 평범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6월부터는 8경기 5승 평균자책점 0.70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백정현은 힘과 구속으로 상대를 누르지 못하지만, 제구와 변화구로 타자를 잡는 방법을 터득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바깥쪽을 공략하다가, 몸쪽 높은 직구로 타자를 유혹하는 장면도 많아졌다.

'늦깎이' 백정현의 성공 시대…6월 이후 득점권 피안타율 0.077
백정현은 대기만성형 투수다.

2007년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입단한 백정현은 시속 140㎞ 중후반까지 나오는 빠른 공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09년까지 1·2군을 오가는 유망주에 머물렀고, 2010년 삼성 1군 불펜투수로 자리 잡았지만, 2011년 4월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 다시 뒷걸음질 쳤다.

재활을 마친 2013년부터 백정현은 붙박이 1군 투수로 자리 잡았다.

2016년에는 70경기에 나섰다.

당시에도 백정현의 목표는 선발진 진입이었다.

그러나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하다 정규시즌이 개막하면 중간계투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다.

백정현은 "그때는 선발 욕심만 있었지, 준비된 상태는 아니었다"라고 했다.

2017년 시즌 중반부터 선발 등판 기회가 잦아졌고, 2018년에는 단 두 차례만 중간계투로 나서고, 23차례 선발 등판했다.

백정현은 '붙박이 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2019년에도 5, 6월 깊은 부진에 빠져 전반기를 4승 9패 평균자책점 4.79로 마쳤다.

그는 "나는 언제든 선발진에서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안고 후반기를 치렀고, 4승 1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반등했다.

백정현의 2019시즌 성적은 8승 10패 평균자책점 4.24다.

2020년 백정현은 4승 4패 평균자책점 5.19로 부진했고,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선발 경쟁을 했다.

붙박이 선발 자리를 되찾은 백정현은 올해 6월부터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냈다.

백정현은 올 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시즌 초보다 백정현의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