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김연경, 17년 태극마크 작별
‘배구 여제’ 김연경(33·사진)이 17년 동안 달고 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KVA)는 12일 서울 강동구 협회 사무실에서 김연경이 오한남 배구협회장을 만나 대표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오 회장도 김연경의 의사를 존중해 은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연경은 협회를 통해 “막상 대표 선수를 그만둔다고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며 “그동안 대표 선수로 뛴 시간은 제 인생에서 너무나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많은 가르침을 주신 감독님들과 코치진, 같이 운동한 대표팀 선배님, 후배 선수들에게 정말 고마웠다”며 “이제 대표팀을 떠나지만 후배 선수들이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인사했다.

이로써 김연경은 주니어 시절을 포함해 17년간 달아온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그는 주니어 시절이던 2004년 아시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5년 세계유스여자선수권대회에서도 대표 선수로 뛰었다.

김연경은 수원한일전산여고 3학년이던 2005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랜드챔피언스컵에 출전하면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데뷔했다. 이후 도쿄올림픽을 포함해 세 번의 올림픽, 네 번의 아시안게임, 세 번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서 한국 여자배구의 중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12 런던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선 두 번의 4강 신화를 일궈냈다. 김연경이 국가대표로 나선 마지막 경기는 지난 8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으로 남게 됐다.

오 회장은 “지난 17년 동안 대표 선수로 활약하면서 정말 수고가 많았다”며 “회장으로서 이런 훌륭한 선수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협회장으로서, 배구계 선배로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김연경이 대표 선수로 좀 더 활약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남은 선수 생활을 건강하게 잘 펼쳐나가길 항상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김연경의 대표 은퇴 공식 행사를 계획했으나 김연경의 뜻을 받아들여 선수로서의 모든 생활이 끝나는 시점에 그의 은퇴식을 열기로 약속했다. 앞서 중국 상하이 구단과 계약한 김연경은 리그가 시작되기 전까지 당분간 한국에 머물며 쉴 예정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