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은메달 이가라시, 금메달리스트 기자회견 '통역 자처'
육상 800m 준결승에선 쓰러진 선수끼리 손잡고 일어나 완주
[올림픽] 우승자 인터뷰 돕고, 쓰러진 경쟁자 일으키고…'올림픽 정신!'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다!'
자신을 이긴 선수를 위해 통역사 역할을 자처하고, 레이스 도중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 함께 완주하는 '선행'이 2020 도쿄올림픽을 지켜보는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일본 지바현 쓰리가사키 서핑비치에서 열린 서핑 남자부 결승에서 이탈로 페헤이라(브라질)는 15.14점을 얻어 이가라시 가노아(일본·6.60점)를 큰 점수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정식 종목으로 데뷔한 서핑에서 페헤이라는 '원년 챔피언'의 영광을 따냈고, 이가라시는 홈 무대에서 금메달을 놓친 게 안타까웠다.

특히 이가라시는 '서핑 천국'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 비치에서 태어난 유망주로 서핑을 즐겼던 아버지의 권유로 3살 때부터 서핑에 입문해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뒤 일본 대표로 도쿄 올림픽에 참가했다.

금메달 놓친 이가라시는 경기장에서 보드를 끌어안고 한동안 분루를 삼키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난처한 문제가 생겼다.

페헤이라는 영어에 익숙하지 못해 질의응답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장에는 포르투갈어 통역도 없었다.
[올림픽] 우승자 인터뷰 돕고, 쓰러진 경쟁자 일으키고…'올림픽 정신!'

기자회견 자리에서 침묵을 지킬 수 있었던 이가라시는 페헤이라의 조력자로 나섰다.

포르투갈어를 구사하는 이가라시는 페헤이라의 기자회견 통역을 자청했고, 취재진도 라이벌이 통역자로 직접 나선 상황에 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가라시의 뜻하지 않은 도움에 페헤이라는 환하게 웃으며 짧은 영어로 "땡큐 가노아!"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국적을 넘은 우정의 몸짓은 육상 종목에서도 나왔다.
[올림픽] 우승자 인터뷰 돕고, 쓰러진 경쟁자 일으키고…'올림픽 정신!'

1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800m 준결선 3조 레이스에서 마지막 곡선 주로를 3위로 달리던 아이자이어 주잇(미국)은 발이 엉키면서 넘어졌고, 바짝 뒤를 쫓던 니젤 아모스(보츠와나)도 주잇의 발에 걸려 쓰러지고 말았다.

두 선수는 트랙에서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주잇이 일어나 아모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두 선수는 앞선 선수들이 모두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나란히 완주하는 '뜨거운 감동'을 연출했다.

다행히 아모스는 주잇의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이 인정돼 4일 예정된 800m 결선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주잇은 올림픽 정보사이트 마이인포를 통해 "레이스를 항상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니젤도 당황하는 모습이어서 그를 일으켜 세웠고, 함께 경기를 끝내자고 말했다"라며 "어떤 일이 벌어지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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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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