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인종·성차별 동시에 겪고 자신보다 남 위하도록 사회화"
[올림픽] 무너진 흑인 여성선수들…"슈퍼우먼 기대 따른 압박감"
스포츠 스타 시몬 바일스(24·미국)와 오사카 나오미(24·일본), 샤캐리 리처드슨(21·미국) 등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 여성 선수들이 2020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주저앉은 데 대해 오랫동안 겪어온 중압감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방송 CNN의 리사 레스퍼스 프랜스 기자는 1일(현지시간) 칼럼 형식의 해설기사에서 이들 셋이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겪은 일에 대해 "유색인종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돌보는 데 마주한 투쟁"이라고 분석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체조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온 바일스는 여자 단체전 결선을 시작으로 개인 종목별 결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목에서 뛰는 것을 포기했다.

'정신 건강'이 이유였다.

일본인 어머니와 아이티인 아버지를 둔 오사카는 금메달 후보로 꼽혔으나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5월 프랑스오픈에서 공식 인터뷰 거부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후 우울증을 앓아왔다며 기권했다가 이번 올림픽으로 코트에 복귀한 참이었다.

여자 육상 100m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신성 리처드슨은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한 뒤 받은 도핑테스트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되는 바람에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들의 실패를 두고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뛴다"며 동정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도 있지만, "선수도 사람이다"라는 응원의 목소리도 크다.

[올림픽] 무너진 흑인 여성선수들…"슈퍼우먼 기대 따른 압박감"
CNN의 프랜스 기자는 흑인 여성으로 성장하고 활동하면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동시에 겪는 데 따른 압박감과 피로감을 이들의 행동 배경으로 분석했다.

그는 "흑인 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돌보기보다 남에게 더 베풀어야 한다는 기대를 받으며 사회화된다"며 "가정을 이끄는 것부터 협력을 원하는 백인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을 하는 것까지 슈퍼우먼이 되라는 기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메릴랜드주 모건주립대 연구진의 2018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여성 운동선수들은 챔피언이 되기까지 인종·성차별을 극복해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차례 이상 그랜드 슬램 우승자인 세리나 윌리엄스가 '남자', '고릴라' 등의 말을 들어온 것이 한 예다.

바일스와 오사카, 리처드슨이 올림픽 전후로 무너진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중도 포기자'라는 말을 듣거나 '오만하다', '게으르다', '무책임하다' 등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의 프랜스 기자는 "이들 선수는 다른 모든 것보다 자신의 정신 건강을 우선시하기로 결정한 세대"라며 이들이 "불행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명예도, 재산도, 메달도 무슨 소용인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올림픽] 무너진 흑인 여성선수들…"슈퍼우먼 기대 따른 압박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