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동메달 이끈 윤지수, 윤학길 전 롯데 2군 감독의 딸
"떨려서 중계방송 못 봐…귀국하면 좋아하는 회 많이 사줄 것"
[올림픽] '윤지수 아버지' 윤학길 "아빠도 못 딴 메달…자랑스럽다"

특별취재단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대투수도 여느 아버지와 다를 것이 없었다.

펜싱 국가대표 윤지수(28·서울특별시청)의 아버지인 윤학길(61) 전 롯데 2군 감독은 31일 딸이 출전한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을 시청하지 못했다.

윤지수의 동메달 획득 직후 어렵게 연락이 닿은 윤 전 감독은 "떨려서 못 보겠더라"라며 "일부러 밖에 나왔다.

이제야 결과를 들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도 따지 못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하던 윤 전 감독은 "지수가 참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올림픽] '윤지수 아버지' 윤학길 "아빠도 못 딴 메달…자랑스럽다"

'부산 사나이' 윤학길 전 감독은 지도자 시절 말수가 없기로 유명했다.

야구장 더그아웃에서 인터뷰 요청을 하더라도 수줍은 미소만 지을 뿐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윤지수에게도 그랬다.

전화 대신 메시지로, 대화 대신 표정으로 말하는 무뚝뚝한 아버지였다.

윤 전 감독은 '경기를 앞둔 윤지수에게 무슨 조언을 해주셨나'라는 질문에 "딸과 마지막으로 전화한 건 5개월 전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딸이 부담을 가질까 봐 일부러 연락을 안 하신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잘 아시네요"라고 웃은 뒤 "아무래도 내가 선수 출신이다 보니 큰 대회를 앞둔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

연락하지 못하겠더라"라고 말했다.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윤학길 전 감독은 딸의 올림픽 도전을 그 누구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윤 전 감독은 최근 딸 몰래 일본행 항공편을 알아보기도 했다.

윤학길 감독은 "일본에 가서 딸의 경기를 직접 보려고 했는데, 입국 절차가 너무 복잡하더라"라며 "더군다나 무관중 방침이 결정돼 결국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지수가 돌아오면 무엇을 해주고 싶으신가'라는 질문엔 "집에서 푹 쉬게 할 것"이라며 "지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무릎 수술을 받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숨 푹 자게 한 다음엔 지수가 좋아하는 회를 실컷 사주겠다.

싱싱한 걸로 푸짐하게 먹이고 싶다"고 밝혔다.

[올림픽] '윤지수 아버지' 윤학길 "아빠도 못 딴 메달…자랑스럽다"

윤학길 전 롯데 2군 감독은 선수 시절 12시즌 동안 117승 94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한 레전드다.

전인미답의 100 완투 기록을 세우며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윤학길 전 감독도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적이 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당시 시범종목이던 야구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당시 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하면서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다.

1997년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윤 전 감독은 롯데, 한화, 경찰청, 히어로즈, LG에서 코치 생활을 했고, 롯데 2군 감독을 지냈다.

[올림픽] '윤지수 아버지' 윤학길 "아빠도 못 딴 메달…자랑스럽다"

윤지수는 해운대 양운중학교 2학년 재학 중에 펜싱을 배웠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여러 종목의 스포츠를 즐기다가 펜싱 선수의 길을 밟게 됐다.

운동선수 생활이 얼마나 험난한지 잘 알고 있던 윤학길 전 감독은 딸의 운동을 처음엔 반대했다.

딸 이기는 아버지는 없다고 했던가.

[올림픽] '윤지수 아버지' 윤학길 "아빠도 못 딴 메달…자랑스럽다"

펜싱에 푹 빠진 윤지수는 부산디자인고, 동의대를 거치면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윤지수 아버지' 윤학길 "아빠도 못 딴 메달…자랑스럽다"

올림픽 무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를 통해 처음 밟았다.

그리고 31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윤지수는 신들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집필하며 45-42 승리를 이끌었다.

[올림픽] '윤지수 아버지' 윤학길 "아빠도 못 딴 메달…자랑스럽다"

한국 펜싱은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수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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