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네르, 도쿄올림픽서 러시아 선수에게 패배…점잖던 유도인들 소리 지르기까지
전 세계 취재진도 충격…"오마이갓"
[올림픽] 세계 유도계가 충격 받았다…최강자 리네르 8강전 패배
특별취재단 = 분명히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대회인데, 관중석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2020 도쿄올림픽 유도 경기가 치러진 30일 도쿄 일본무도관 관중석에 앉아있던 각국 유도 관계자들이 마치 일반 팬들처럼 소리를 질렀다.

"오마이갓"이라는 말도 들렸다.

주춤하던 주심은 손을 들어 경기 종료를 선언했고, 수많은 전 세계 기자들이 앞다퉈 뛰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 대피를 연상케 하는 행렬이었다.

기자들은 4층에 있는 경기장 기자석에서 지하 2층에 있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뛰어 내려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유도 남자 100㎏ 이상급 테디 리네르(32·프랑스)는 유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카리브해 프랑스령 과들루프섬에서 태어난 리네르는 200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 18세 5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키 203㎝에 몸무게 130㎏의 거구인 리네르는 이후 한 번도 우승하기 힘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려 10차례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에서도 리네르의 적수는 없었다.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2연패에 성공했다.

리네르는 2010년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승리한 뒤 지난해 2월 국제유도연맹(IJF) 파리그랜드슬램에서 질 때까지 9년 5개월 동안 무려 154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리네르는 빅 테드, 테디 베어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도계 슈퍼스타가 됐다.
[올림픽] 세계 유도계가 충격 받았다…최강자 리네르 8강전 패배
리네르 천하에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건 올해 초다.

그는 국제대회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에 대비한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리네르의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심화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어쨌든 리네르는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랭킹 포인트를 쌓지 못해 세계랭킹이 16위까지 내려갔다.

랭킹은 떨어졌지만, 많은 전문가는 여전히 리네르를 도쿄올림픽 우승 후보 영순위로 매겼다.

그런 리네르가 도쿄올림픽에서 쉽게 패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리네르는 30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32강에서 슈테판 헤기(오스트리아)를 허벅다리걸기 한판으로 가볍게 꺾으며 예상대로 선전했다.

16강에서 만난 오르 사손(이스라엘)도 리네르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리네르는 끌어누우며 뒤집기 절반으로 승리했다.
[올림픽] 세계 유도계가 충격 받았다…최강자 리네르 8강전 패배
문제는 세계랭킹 1위 타멜란 바샤예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만난 8강전이었다.

그는 정규시간 4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했고, 골든스코어(연장전) 접전 끝에 모로 떨어뜨리기 절반을 내주며 패했다.

리네르가 무너지자 일본무도관에 모인 세계 유도인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기술이 들어간 뒤 올랜도 크루스(도미니카 공화국) 주심은 한참 동안 판정을 내리지 못했다.

리네르의 시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