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함아 수고했다” > 29일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조구함이 에런 울프(일본)에게 패한 뒤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자 송대남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 조구함은 이날 이번 대회 첫 유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 “구함아 수고했다” > 29일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조구함이 에런 울프(일본)에게 패한 뒤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자 송대남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 조구함은 이날 이번 대회 첫 유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2020 도쿄올림픽 유도 한·일 결승전. 힘과 힘이 정면으로 맞부딪친 대결은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정규시간 4분, 골든스코어 5분35초의 대회 최장시간 접전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눈을 찌르던 땀을 닦으며 버티던 조구함(29)의 등이 마침내 땅바닥에 풀썩 닿았다. 통한의 안다리후리기 한판패. 이날 내내 어깨를 짓눌렀던 메달의 중압감에서 비로소 벗어난 그는 훌훌 털고 일어나더니 상대 에런 울프(일본)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조구함은 “상대가 강했다”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한국 유도를 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경기에 나선 조구함이 대회 첫 은메달로 한국 유도의 자존심을 세웠다. 조구함은 29일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울프를 상대로 골든스코어 승부 끝에 한판패를 당했다.

1972년 뮌헨 대회부터 출전한 모든 올림픽에서 은메달 획득 이상의 성적을 낸 한국 유도는 조구함의 활약으로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준결승에서 이 체급 세계랭킹 2위 조르즈 폰세카(포르투갈)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의 이름은 교회 목사님이 나라 조(趙)에 한글 ‘구함’을 붙여 지었다. ‘나라를 구하라’는 뜻을 담았는데, 조구함은 이름처럼 한국 유도를 구했다.

조구함은 이번 은메달로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조기 탈락한 아쉬움도 씻어냈다. 그는 당시 대회 시작 3개월을 앞두고 왼쪽 다리 전방십자인대를 크게 다쳤다.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였고 의료진은 수술을 권했다. 대회 출전을 강행하면 선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치료를 미루고 출전했다. 간절함을 안고 출전했지만 결과는 16강전 한판패. 그는 물론 한국 유도는 한 개의 금메달도 수확하지 못하고 16년 만에 ‘올림픽 노골드’로 돌아서야 했다.

설욕을 다짐하며 4년을 버텼지만 코로나19라는 복병 때문에 도쿄올림픽 출전까지의 여정이 험난했다. 조구함은 “코로나19 확산 탓에 제대로 훈련하기 어려웠다”며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동기를 잃어가는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울프는 이 체급 세계랭킹 5위의 강자다. 조구함은 울프를 상대로 39초 만에 지도(반칙) 1개씩을 주고받았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두 선수는 결국 정규시간 4분을 모두 보낸 뒤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연장전은 시간 제한 없이 절반 이상의 기술을 성공하거나 한 선수가 지도 3개를 받아야 끝이 난다. 조구함은 골든스코어 49초에 소극적인 공격을 펼쳤다는 이유로 두 번째 지도를 받았다. 울프도 1분30초에 깃 잡기 반칙으로 두 번째 지도를 받았다.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두 선수는 체력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대치했다. 하지만 울프는 힘이 조금 더 남아 있었다. 조구함의 무게중심이 높아진 틈을 놓치지 않고 안다리에 다리를 넣었고, 조구함을 넘어뜨렸다.

조구함은 “결승에서 일본 선수를 만나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한·일전을) 바랐다”며 “자신은 있었는데 실력이 부족했다. 상대가 강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나 끝은 아니라고 했다. ‘한국에 가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고 싶냐’는 말에 그는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유도 여자 78㎏급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한 윤현지(27)는 세계랭킹 8위 마이라 아귀아르(브라질)에게 위누르기 한판패했다. 그는 경기 3분여를 남기고 특기인 배대뒤치기를 시도하다 역으로 상대에게 공격을 당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16강에서 세계 7위 나탈리 파월(영국)에게 한판승, 8강전에선 세계 5위 휘셔 스테인하위스(네덜란드)를 반칙승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해 다음 대회를 기대하게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