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구본길 포옹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이번 팀이 저희보다 강해요"
[올림픽] 9년 전 사브르 마지막 주자 원우영 "2연패 이룬 후배들 대단해"
특별취재단 = "런던 멤버는 정말 노련하고 전술적으로 강했습니다.

그때가 더 강한 것 같아요.

"
28일 이탈리아와의 결승전 압승으로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대표팀의 '둘째' 구본길(32·국민체육진흥공단)에게 2012년 런던에서 첫 우승을 이룬 팀과 현재의 멤버를 비교해달라고 하자 나온 답이었다.

구본길은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과 더불어 한국 남자 사브르가 런던과 도쿄에서 9년에 걸쳐 올림픽 정상에 오르는 동안 대표팀을 지킨 기둥이다.

하지만 또 다른 9년 전 멤버로, 런던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는 마지막 주자를 맡았던 원우영(39) SBS 해설위원에게 묻자 "이번 대표팀이 더 세다"며 후배들에게 힘을 실었다.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 위원은 "오상욱(25·성남시청), 김준호(27·화성시청)가 아직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 (구)본길이가 그렇게 말한 것 같지만, 이미 세계랭킹 1위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딴 팀 아니냐"며 "충분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그는 "9년 전 저희가 금메달을 딸 때 루마니아와의 결승전 점수와 어제 이탈리아와의 결승전 점수가 (45-26으로) 같은 걸 보고 '우리가 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원 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현장에는 함께하지 못한 채 화면을 통해 후배들이 대업을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고 시청자에게 전했다.

[올림픽] 9년 전 사브르 마지막 주자 원우영 "2연패 이룬 후배들 대단해"
준결승에서 독일과 접전 끝에 어렵게 이겼을 때, 결승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결정지은 후배들이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터뜨릴 때 그 역시 마이크 앞에서 함께 울었다.

원 위원은 "울지 않으려 했는데, 구본길과 김정환이 포옹하는 걸 보니 저도 모르게 쏟아지더라. 런던 생각도 나고 선수들이 고생한 게 스쳐지나가 터진 것 같다"며 "후배들이 어젯밤에 전화가 와선 '울지 말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원래도 아끼는 후배들이지만, 특히 고된 준비 과정을 직접 함께 겪기도 했던 터라 마음이 더 쓰일 수밖에 없었다.

2019년 말 지도자의 비위 의혹으로 갑작스럽게 남자 사브르 코치가 공석이 된 뒤 쉽게 채워지지 못할 때 원 위원은 임시 코치로 도운 적이 있다.

원 위원은 "그때 선수들이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서로 의지하면서 버텼다"며 "그런 시기를 극복하고 값진 금메달을 따내 감동적이고 좋다.

9년 만의 2연패라 더 대단하다.

너무 축하하고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의 대표팀에 대해 "아시아에선 적수가 없다"며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거뜬할 거라고 내다본 원 위원은 3년 뒤 파리올림픽을 기약하면서는 '어벤져스'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오상욱이 이번이 첫 올림픽이다 보니 그답지 않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경험을 좀 더 많이 쌓아서 노련하고 탄탄해졌으면 한다.

그런 것만 보완되면 파리에선 충분히 2관왕 등극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 위원은 한 차례 국가대표에서 물러났다가 돌아와 이번 대회 개인전(동메달)과 단체전 메달을 모두 가져간 김정환에 대해선 "이번에 보셨다시피 다음 올림픽까지도 괜찮을 것 같다.

3년밖에 안 남았다"며 격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