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종목 지위 잃은 레슬링, 도쿄올림픽에 2명 파견…역대 최소 규모
류한수·김민석 도쿄올림픽서 선전 다짐
[올림픽 알고 봅시다] ⑪ 레슬링
레슬링은 고대 올림픽이 발원하기 전부터 치러진 역사가 깊은 스포츠다.

두 명의 선수가 맨몸으로 붙어 힘을 겨루는 레슬링은 1만 5천 년 전 프랑스 동굴 벽화에 나오기도 했다.

고대 올림픽 5종 경기의 하나였던 레슬링은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에 팔과 상체만 쓰는 그레코로만형이 채택되면서 정식 종목이 됐고,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실 레슬링은 도쿄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출 뻔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3년 집행위원회에서 2020 도쿄올림픽부터 채택할 올림픽 핵심 종목에서 레슬링을 제외했다.

레슬링은 극심한 편파 판정, 부정부패 논란 속에 IOC의 개혁 권고를 무시하다 올림픽 퇴출 위기에 몰렸다.

레슬링은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집행부를 교체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쳤고, 그해 IOC 이사회를 통해 올림픽 정식 종목의 지위를 회복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레슬링은 남자 그레코로만형, 남자 자유형, 여자 자유형 3개 종목이 펼쳐진다.

각각 6개 체급에서 메달의 주인공이 나온다.

레슬링은 직경 9m의 원형 매트에서 두 명의 선수가 전후반 3분씩 경기를 치러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승리한다.

그레코로만형은 8점 차, 자유형은 10점 차이가 나면 남은 시간과 관계없이 그대로 경기가 종료된다.

동점인 경우엔 나중에 점수를 얻은 후취점 우선 원칙을 따른다.

득점 상황과 관계없이 승리를 거두는 방법도 있다.

상대 선수의 양쪽 어깨를 1초 동안 매트에 닿게 하면 '폴승(Victory by a fall)'을 거둔다.

일종의 'KO승'과 같은 개념이다.

기술은 난도에 따라 득점 배분이 다르다.

상대 선수를 원형 매트 바깥으로 밀어내면 1점, 테이크다운을 하거나 상대방의 등을 매트에 닿게 하면 2점, 서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을 던지면 4점, 상대방을 들어 올려서 던지면 5점이 부여된다.

야구나 배구처럼 비디오 판독도 있다.

코치들은 심판의 판정이 오심이라는 확신이 들면 코치석 앞에 있는 푹신푹신한 물체를 경기장 내로 던져 비디오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기회는 단 한 번이고, 비디오판독으로 심판 판정이 수정되지 않을 시 1점이 상대 선수에게 주어진다.

도쿄 올림픽에서 달라지는 점도 많다.

도쿄 올림픽에선 '파테르'(벌칙을 받은 선수가 매트 중앙에 두 손과 무릎을 대고 엎드리게 한 뒤 상대가 공격하도록 하는 자세)가 부활한다.

세계레슬링연맹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편파 판정 논란의 원인으로 꼽히던 파테르를 폐지했는데, 경기가 지루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부활시켰다.

스탠딩 기술이 좋은 한국 선수들에겐 불리한 측면이 있다.

체중 측정 시기도 경기 전날에서 당일로 바뀌었다.

무리한 감량을 막기 위해서다.

[올림픽 알고 봅시다] ⑪ 레슬링
레슬링 대표팀의 도쿄 대회 목표는 1개 이상의 메달 획득이다.

레슬링은 한국 스포츠의 전통적인 효자종목이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장창선이 2위를 차지하며 첫 메달 획득에 성공했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가 한국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올림픽 도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후 올림픽마다 1~2개의 금메달을 꼬박꼬박 따내며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한국 레슬링은 2000년대 중반 힘든 운동 환경과 열악한 지원 속에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쇠퇴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노골드' 수모를 겪었다.

도쿄 올림픽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한국 레슬링은 이번 대회 출전권을 단 두 장밖에 얻지 못했다.

역대 최소 규모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72㎏급 간판 류한수(삼성생명)와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 김민석(울산남구청) 등 단 두 명이 도쿄 무대를 밟는다.

한국 레슬링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큰 고난을 겪었다.

대표팀은 지난 5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레슬링 세계 쿼터대회에서 출전권 획득을 노렸는데, 대회 개회 직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면서 대다수 선수가 출전조차 못 했다.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대표팀 간판 김현우(삼성생명)도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도쿄행이 무산됐다.

동료들의 낙마 속에 레슬링 대표팀 류한수와 김민석은 외롭게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최악의 환경이지만, 두 선수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메달을 획득해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