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G 경질되고서 반년만에 첼시 이끌고 '빅이어' 들어올려
UCL준우승→경질→우승…롤러코스터 1년, 웃으며 마친 투헬
토마스 투헬(48) 첼시 감독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는 데는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투헬 감독은 2019-2020시즌 파리생제르맹(PSG)을 구단 사상 처음으로 UCL 결승에 진출시켰으나,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0-1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PSG는 2019-2020시즌 리그1, 쿠프 드 프랑스(FA컵), 쿠프 드 라 리그(리그컵)에서 우승컵을 휩쓸어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지만, 가장 갈구하던 우승컵 '빅이어'는 가져가지 못했다.

투헬 감독의 불운은 계속됐다.

PSG는 새 시즌 예상치 못한 부진에 빠졌다.

주축 선수 다수가 시즌 초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탓이 컸다.

핵심 공격수 네이마르가 발목 부상 등으로 대부분 경기에 결장한 것은 큰 악재였다.

네이마르는 2020-2021시즌 전반기 리그에서 단 7경기만 소화했다.

투헬 감독은 성적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선수 이적 문제를 두고 구단 수뇌부와 갈등까지 빚었다.

결국 부임 2년 반 만인 지난해 12월 24일 경질됐다.

독일과 프랑스 무대에서 지도력을 증명한 투헬 감독의 무직 생활은 길지 않았다.

UCL준우승→경질→우승…롤러코스터 1년, 웃으며 마친 투헬
프랭크 램퍼드 감독을 경질해 사령탑이 공석이 된 첼시가 곧바로 올해 1월 말 투헬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투헬 감독은 실리 축구가 몸에 밴 첼시에 탄탄한 스리백의 '갑옷'을 입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EPL 중위권까지 떨어졌던 첼시는 투헬 감독 부임 뒤 수직상승해 최종 4위에 골인하며 다음 시즌 UCL 티켓을 거머쥐었다.

투헬 감독의 질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0-2021시즌 UCL 결승에 올라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상대하게 됐다.

적장은 이미 두 차례 UCL 우승 경험이 있는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이었다.

시즌 성적은 물론, 사령탑 관록에서도 앞서는 맨시티가 우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투헬 감독의 첼시는 전반 막판 터진 카이 하베르츠의 결승골로 맨시티를 1-0으로 무너뜨렸다.

UCL준우승→경질→우승…롤러코스터 1년, 웃으며 마친 투헬
투헬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다.

투헬 감독은 2013~2016년 분데스리가에서 과르디올라 감독과 여러 차례 지략대결을 펼쳤다.

축구 전술을 두고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등 친분도 두텁다.

식사를 하다가 테이블에 소금통과 후추통 몇개를 올려놓고 밤새 토론을 한 적도 있다.

지금까지는 지도자로서 '구력'이 부족한 투헬 감독이 과르디올라 감독으로부터 한 수 배우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투헬 감독은 '멘토'였던 과르디올라 감독을 넘어섰다.

또 PSG에서 경질되고서 불과 반년만에 UCL 우승 감독이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만 이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부임 반년 만에 UCL 우승을 이뤄낸 투헬 감독과 장기 계약을 하기로 했다.

감독에게 긴 시간을 주지 않는 이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아직 이브라모비치 구단주를 만난 적도 없다는 투헬 감독은 "야망에 찬 강력한 구단의 일원으로서 우승을 이뤄내 행복하다"면서 "재계약 논의를 위해 구단주를 만나면 난 늘 우승에 목마른 감독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