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에서만 11시즌…"정든 응원가, 계속 쓰고 싶어요"
사랑의 3점 슈터 기부 활동은 "이적 후에도 계속"
SK 이적 허일영 "잠실에서 속공 3점 포물선 기대하세요"
"제가 2년차, 대구 오리온 시절부터 들은 응원가인데 가져올 수 있으면 계속 쓰고 싶죠."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에서만 11시즌을 뛰고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서울 SK로 이적한 국가대표 출신 슈터 허일영(36·195㎝)이 말했다.

그의 오리온 시절 응원가는 힙합 듀오 슈프림팀의 노래 '땡땡땡'의 가사 '라우더'(Louder) 부분을 '허일영'으로 바꾼 것인데 특유의 경쾌한 리듬감이 묘한 중독성이 있어 농구 팬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테마송' 중에 하나다.

허일영은 "저도 좋아하고, 주위에서도 '바꾸지 말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며 "저작권 문제로 못 쓴다는 얘기도 있는데 제가 내고서라도 계속 사용하고 싶을 정도"라고 애정을 보였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오리온 유니폼을 입은 그는 오리온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2020-2021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SK로 옮겼다.

SK 이적 허일영 "잠실에서 속공 3점 포물선 기대하세요"
그는 "제가 팀을 옮길 거라고 생각 못 하셨죠"라고 물으며 "저도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이적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허일영은 "한 팀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지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SK 연락을 받고 '아직 찾아주는 데가 있다'는 생각에 기분도 좋았다"고 말했다.

허일영은 "주변에 많이 물어봤는데 새 팀에서 도전해보라는 답이 절반, 그래도 한 팀에 계속 있는 게 좋다는 답이 절반 정도였다"며 "한 팀에 오래 있으면 아무래도 은퇴 후나 더 안전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욕심을 내고 나오기로 했다"고 SK행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오리온 팬들이 많이 서운해하셨다"고 10년 넘게 응원해준 '친정'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SK 팬들은 제가 여기 올 거라고 생각 못 하셨을 텐데 그래도 많이 반겨주셨다"고 밝혔다.

SK와 3년 계약을 맺은 허일영은 경기도 용인의 SK나이츠 체육관을 오랜만에 찾았다며 "여기 오니 이적한 실감이 나고, 이제 시즌이 개막하면 더 나겠죠"라며 "남은 선수 생활에 우승을 더 해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SK 이적 허일영 "잠실에서 속공 3점 포물선 기대하세요"
2015-2016시즌 오리온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주축 멤버로 뛰었던 그는 "SK가 3번 포지션(스몰 포워드)에서 슛을 던지는 선수가 필요했던 것 같다"며 "신임 전희철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베테랑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꼭 중심을 잡는다기보다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다른 부분들은 자연스럽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리온 시절 SK의 홈 경기장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자주 보였던 그는 "원정으로 갔을 때는 잘 됐는데 홈으로 쓰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며 "SK 농구가 빠르고 재미있는 스타일인데 홈 경기장 분위기도 10개 경기장 가운데 손꼽히게 좋은 곳이라 한번 겪어보고 싶었다"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아직 체력에서 밀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그는 2015-2016시즌 오리온 우승을 함께 했던 부산 kt 김동욱(40)을 보며 더욱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허일영은 "(김)동욱이 형하고 친한데 그 형은 나이가 들수록 슛이 더 잘 들어가는 것 같다"며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동욱은 지난 시즌 서울 삼성에서 뛰며 3점슛 성공률 43.9%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SK 이적 허일영 "잠실에서 속공 3점 포물선 기대하세요"
왼손잡이 허일영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시 높은 각도의 3점슛 포물선이다.

워낙 높이 올라갔다가 그물을 가르는 그의 3점슛은 특히 원정 경기에서 상대 팀 팬들의 한숨과 탄성을 동시에 터지게 하는 리그의 '명물'이다.

그는 자신의 3점슛 포물선과 비슷한 높이로 던지는 선수로 김영환(kt), 이재도(LG)를 꼽으며 "제 슛을 따라 하려다가 슛이 망가진 후배들도 많다"고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허일영은 "높이 던지는 만큼 힘도 많이 들어간다"며 "이 슛을 따라 하다가 슛 밸런스가 망가진 후배들이 있어서 '웬만하면 따라 하지 말라'고 말해준다"고 웃어 보였다.

높은 포물선의 3점 슛만큼 그는 '사랑의 3점 슈터'로도 유명하다.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3점슛 하나에 3만원을 적립한 300만원을 이달 초 인제대 일산백병원에 기부했다.

또 2018년 첫째 아들 돌잔치 축의금을 난치병 어린이 환자 치료비로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유니폼, 연습복 등을 판매한 수익금에 개인 후원금을 더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냈다.

허일영은 "제가 신인 때나 대표팀 유니폼 같은 것들을 엄청나게 많이 모아놨다"며 "오리온에서 은퇴하면 그런 것들을 다 모아서 판매한 수익금을 좋은 데 쓰려고 했는데 SK에서 은퇴해도 예전 것을 다 모아서 좋은 일에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SK 이적 허일영 "잠실에서 속공 3점 포물선 기대하세요"
그는 "SK에서도 오리온 시절 백병원 기부와 같은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있다"며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그런 일을 한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오리온 시절 "과자를 먹어도 오리온 것만 사게 된다"고 소속팀에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허일영은 이날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 차례 오리온을 '저희 팀'이라고 표현했다.

2020-2021시즌 SK와 오리온의 상대 전적을 물었을 때도 "저희(오리온)가 5승 1패였다"고 답했을 정도다.

그러나 인터뷰 말미에는 "제가 빨리 적응해야죠"라며 "다음 시즌 오리온 원정 경기가 기대되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왼쪽 발목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본격적으로 SK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인 허일영은 "제가 속공 상황에서 3점을 던지는 것을 좋아한다"며 "작년에는 속공 상황이 많이 안 나와서 시도를 별로 못 했는데 올해는 잠실에서 속공 아웃 넘버 때 시원한 3점 포물선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새 팀에서 활약을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