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슈퍼 캐치에 이은 9회 끝내기 보살…7회에는 행운의 3루타
'LG 구한 호수비' 정주현 "내 타구 날아갈 땐 '제발' 외쳤죠"
경기의 절반만 소화했지만, 승부처마다 정주현(31·LG 트윈스)의 모습이 보였다.

정주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마다, LG 팬들은 환호했다.

정주현은 14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 5회초 대수비로 등장해 두 차례 호수비를 펼쳤다.

타석에는 단 한 번 들어섰지만, 행운의 3루타를 치고 결승 득점까지 했다.

LG는 삼성에 4-3으로 승리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정주현의 결정적인 호수비 2개로 1위 팀 삼성에 승리했다"고 총평했다.

그만큼 이날 정주현의 수비는 놀라웠다.

최근 타격 부진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정주현은 5회초 2루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2-3으로 뒤진 5회초 1사 2, 3루, 삼성 구자욱의 강하고 빠른 타구가 2루 근처로 날아왔다.

배트와 공이 만든 소음이 들리는 순간, 정주현도 날아올랐다.

공은 정주현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2점을 막은 정주현의 호수비였다.

LG 선발 정찬헌은 엄지를 들어 고마움을 표했고, 구자욱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뒤 정주현은 "무사 혹은 1사 2, 3루가 되면 전진 수비를 하는데 마침 오늘 5회 1사 2, 3루에서는 수비 위치가 아주 앞쪽은 아니었다.

조금 더 뒤에 수비 위치를 잡은 게, 좋은 수비로 이어졌다"고 했다.

정주현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본능적인 순발력과 훈련으로 다져진 수비 능력이 호수비의 실제 이유였다.

'LG 구한 호수비' 정주현 "내 타구 날아갈 땐 '제발' 외쳤죠"
타석에서 실제로 운이 따랐다.

3-3으로 맞선 7회말, 이날 첫 타석에 들어선 정주현은 삼성 왼손 불펜 임현준의 2구째를 받아쳤다.

삼성 우익수 구자욱은 낙구 지점을 찾다가, 갑자기 고개를 뒤로 돌렸다.

공과 홈플레이트 뒤 조명이 겹쳤고, 구자욱은 공을 바라볼 수 없었다.

정주현은 "상대 우익수의 움직임을 보면서 '행운의 안타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속으로 '제발, 제발'을 외쳤다"고 떠올렸다.

구자욱은 공을 놓쳤고, 정주현은 행운의 3루타를 쳤다.

후속타자 홍창기가 3루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를 쳐, 정주현은 홈을 밟았고 LG는 4-3으로 앞섰다.

'LG 구한 호수비' 정주현 "내 타구 날아갈 땐 '제발' 외쳤죠"
LG의 승리를 위해, 정주현의 활약이 한 번 더 필요했다.

4-3으로 앞선 9회초 2사 1루, LG 마무리 고우석이 박해민에게 우익수 펜스 앞까지 날아가는 2루타를 맞았다.

발 빠른 주자 김상수는 1루에서 홈까지 내달렸다.

외야 잔디로 달려가 LG 우익수 홍창기의 공을 받은 정주현은 홈으로 강하게 송구했다.

정주현은 "적극적인 주루를 하는 삼성이라면 1루 주자가 홈까지 달리리라 생각했다.

홈에 노바운드로 송구하면 주자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그가 바란 대로, 정주현의 송구는 포수 유강남의 미트에 정확하게 날아왔다.

김상수가 정주현의 송구로 아웃되면서, 혈전은 끝이 났다.

앞선 대구 방문 3연전(4월 30∼5월 2일)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한 LG는 정주현 덕에 홈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최근 타격 부진에 시달려 고민이 컸던 정주현도 '수비'로 변곡점을 만들었다.

정주현은 "타격감이 떨어져서 훈련도 많이 했고, 고민도 컸다"고 털어놓으며 "오늘 경기가 반등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