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통산은 422세이브…마무리 투수 보는 시선 바꿔
'전문 마무리' 오승환이 쌓아 올린 KBO 300세이브 금자탑
오승환(39·삼성 라이온즈)은 KBO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부상한 뒤 "선발 투수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는 마무리 투수에 대한 시선을 바꿔보겠다"고 공언했다.

일본에 진출할 때는 "한국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한국인 투수가 최고 마무리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세계 최고의 무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오승환은 '파이널 보스'로 불리며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부지런히 세이브를 쌓았다.

2021시즌을 앞두고 오승환은 "내가 300세이브를 달성하면 KBO리그 개인 통산 세이브 기록의 앞머리가 바뀐다"며 "후배들이 '300세이브'를 새로운 목표로 정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개막(4월 3일) 후 22일 만에 오승환은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오승환은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 3-2로 앞선 9회말에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챙겼다.

오승환이 세이브를 거두는 장면은 매우 익숙하지만, 이날은 특별했다.

오승환은 KBO리그 최초로 개인 통산 3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한·미·일 통산은 422세이브다.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오승환은 무표정한 얼굴 속에 감정을 감췄다.

대학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에도 "괜찮다"고 했고,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계약이 무산됐을 때도 "계약은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나는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그렇게 묵묵히 한국 야구에 길이 남을 세이브 이정표를 세워나갔다.

'전문 마무리' 오승환이 쌓아 올린 KBO 300세이브 금자탑
오승환은 마무리로 특화된 투수다.

선동열 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삼성 사령탑이던 2005년 단국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대졸 신인 오승환을 '차세대 마무리 후보'로 꼽고 시즌 초부터 셋업맨으로 내보냈다.

그해 4월 27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개인 첫 세이브를 거뒀다.

오승환은 2005년 7월부터 권오준과 보직을 맞바꿔 마무리 자리에 섰다.

첫해 10승 1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한 오승환은 이듬해 아시아 단일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47세이브)을 작성하며 최고 마무리의 입지를 굳혔다.

2007년 9월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단경기 100세이브 기록(180경기)을 달성한 오승환은 2009년 5월 5일 대전 한화전에서 최연소·최소경기 150세이브 기록(26세 9개월 20일·254경기)을 세웠다.

KBO리그 최연소·최소경기 200세이브 기록(2011년 8월 12일 대구 KIA전, 29세28일·334경기) 보유자도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2012년 7월 1일 대구 넥센전에서 개인 통산 228세이브째를 올려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의 기록(227세이브)을 넘어섰고, 2013년까지 277세이브로 '한국 기록'을 늘렸다.

'전문 마무리' 오승환이 쌓아 올린 KBO 300세이브 금자탑
한·일 개인 통산 300세이브는 일본 야구의 성지 중 하나인 고시엔구장에서 작성했다.

오승환은 2014년 21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의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전에서 한·일 통산 300세이브째를 챙겼다.

일본에서도 오승환은 최정상급 마무리로 군림했다.

일본 첫해인 2014년 40세이브를 올리며 선동열 전 감독이 1997년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기록한 38세이브를 넘어 일본 무대 한국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그해 오승환은 클라이맥스시리즈 6경기에 모두 등판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는 영광도 누렸다.

KBO리그 출신 한국인이 일본 포스트시즌에서 MVP를 수상한 것도 처음이었다.

오승환은 2015년에도 40세이브를 올렸고,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오승환은 멈추지 않았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하며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셋업맨으로 빅리그 생활을 시작한 오승환은 2016년 7월 3일 부시스타디움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개인 첫 세이브를 올렸다.

오승환은 2019년 9월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42세이브를 수확했다.

오승환은 '한국 최고 마무리 투수는 일본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라는 걸 성적으로 증명하고서, 6년의 국외리그 생활을 마쳤다.

'전문 마무리' 오승환이 쌓아 올린 KBO 300세이브 금자탑
오승환의 KBO리그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승환은 지난해 6월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했다.

2020년 8월 14일 대구 두산전에서는 408번째 세이브를 올려 일본 언론이 '아시아 최고 기록'이라고 명명한 이와세 히토키(은퇴)의 407세이브를 넘어섰다.

올해도 오승환은 삼성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고, 차곡차곡 세이브를 쌓고 있다.

프로 입단 초기부터 마무리에 전념해 '마무리 투수 성공 신화'를 일군 오승환은 이제 야구 유망주들의 '목표'가 됐다.

오승환의 기록이 쌓일수록 "오승환 선배처럼 최고의 마무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후배 투수들이 점점 늘어난다.

동일리그 300세이브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29명만이 달성한 진기한 기록이다.

오승환의 한·미·일 통산 세이브는 422개다.

메이저리그에서 422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6명뿐이다.

과거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다음날 선발 투수가 전날 마무리 투수로 등장하기도 했다.

어린 투수들의 목표는 늘 '선발'이었다.

이제는 "오승환 선배처럼 되고 싶다"는 고교 투수들의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오승환이 '전문 마무리 성공 시대'를 열면서 어린 투수들의 꿈도 다양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