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루 허용 44개로 불명예 1위…견제 동작 손보며 주자 억제 능력 상승
'4년 만에 견제사 잡은' 박종훈 "겨울에 견제만 생각했죠"
박종훈(30·SSG 랜더스)은 2021시즌 첫 등판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견제사를 잡은 장면'을 꼽았다.

'시즌 첫 등판, 선발승'의 여운이 남은 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박종훈은 "지난해 12월과 1월에는 주자 견제 동작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그래서 견제로 주자를 잡았을 때 더 기분 좋았다"고 했다.

박종훈은 6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을 2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선발승을 챙겼다.

한화전 16연승을 이어간 박종훈은 KBO리그 특정팀 상대 최다 연승 기록(선동열, 롯데 자이언츠전 20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SSG 첫 토종 선발승의 영예도 누렸다.

첫 등판에서 많은 걸 얻었지만, 박종훈은 "첫 승은 이미 아티 르위키(4일 롯데전)가 달성했다"며 "내 개인 승리보다, 팀의 연승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좋은 기록을 말씀해주셨지만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라고 몸을 낮췄다.

그런 박종훈도 '견제사'를 떠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박종훈은 6일 한화전 2회초 2사 후 빠르고 정확한 견제구로 1루 주자 임종찬을 잡아냈다.

박종훈은 "제가 견제사를 잡은 게 처음이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실제 박종훈은 2017년 2번, 2016년 3번 견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견제사로 주자를 잡은 게, 떠오르지 않을 만큼 주자를 묶는 데 애를 먹었다.

지난해 박종훈은 도루 허용 1위의 불명예를 썼다.

그가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다른 팀 주자들은 44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도루 허용 2위 김민우(한화·26개)와도 격차가 컸다.

박종훈은 2019년에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 26개를 허용했다.

'4년 만에 견제사 잡은' 박종훈 "겨울에 견제만 생각했죠"
KBO리그에서 가장 낮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놓는 '잠수함' 박종훈에게 도루 허용은 '숙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종훈은 '운명'에 맞섰다.

박종훈은 "내 견제 동작이 느리다 보니 상대 주자가 리드 폭을 크게 잡고, 도루도 편하게 했다"며 "투구 폼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견제 동작을 손보면 도루 허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겨울에 견제 동작을 가다듬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박종훈의 노력은 2021년 첫 경기부터 효과를 봤다.

이날 박종훈은 도루 1개를 허용했다.

한결 간결해지고 속도가 붙은 박종훈의 견제에, 한화 주자들은 좀처럼 도루 시도를 하지 못했다.

박종훈이 2회에 견제사를 잡아, 한화 주자들은 더 움츠러들었다.

박종훈은 이렇게 약점 하나를 지웠다.

2020년 많은 도루 허용에 고전하면서도 박종훈은 KBO리그 토종 선수 중 소형준(kt wiz)과 함께 가장 많은 13승을 거뒀다.

올해도 박종훈은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떠난 자리를 동료들과 함께 메워야 한다.

"이젠 SSG 토종 에이스"라는 말에 박종훈은 손사래를 치며 "문승원 선배가 모든 능력치에서 나를 앞선다.

오버핸드 문승원과 언더핸드스로 박종훈이 같이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종훈은 "광현이 형은 지금도 보고 싶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지금은 함께 뛸 수 없으니까, 남은 투수들이 광현이 형의 빈자리를 함께 채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