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에서 역전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활약
일찍 깨어난 키움 프레이타스 "난 도전을 즐긴다"
적응기가 길 것으로 전망됐던 데이비드 프레이타스(32·키움 히어로즈)가 예상보다 빠르게 깨어났다.

키움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7-4 역전승을 거두고 개막 2연전을 싹쓸이했다.

삼성 선발 벤 라이블리의 구위에 막혀 0-3으로 끌려가던 키움은 5회말 일거에 전세를 뒤집었다.

김수환의 솔로포와 김혜성의 적시타로 2점을 따라붙은 뒤 2사 만루의 찬스가 이어졌다.

타석에는 프레이타스가 들어섰다.

앞선 타석에서 KBO리그 첫 안타를 쳐내며 방망이를 예열한 프레이타스가 2타점짜리 중전 적시타로 4-3 역전을 이끌었다.

프레이타스는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늦게 한국에 입국했다.

지난 시즌 테일러 모터, 애디슨 러셀이 모두 실패한 키움은 늦더라도 확실한 외국인 타자 영입을 추진했다.

그래도 2주 자가격리 기간, 취업 비자 취득 등을 고려하면 1월 중순까지는 외국인 타자와 계약해야 했다.

하지만 키움은 이 시점을 훌쩍 넘겨버렸다.

프레이타스는 3월 5일에야 입국했고, 2주 자가격리를 마친 뒤 첫 시범경기 하루 전 선수단에 합류했다.

워낙 준비 기간이 짧았던 탓에 프레이타스에게 도무지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프레이타스는 전날 개막전에서 삼진 2개 등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홍원기 감독은 프레이타스가 타순을 2번에서 6번으로 조정했다.

프레이타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였지만 그는 역전 결승타를 쳐내며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로 나섰다.

키움의 지난 시즌 몰락을 부른 외국인 타자 악몽도 함께 씻어냈다.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한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기분이 정말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1점 차로 뒤지던 상황에서 적시타를 쳐서 더욱 기분이 좋다.

뒤에 불펜들이 잘 막아줘서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올해는 예년과는 다른 시즌이다.

짧은 스프링캠프 탓에 아직도 적응하는 단계"라며 "한국의 새로운 투수들에 맞춰 적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타순 조정이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무려 10시즌을 보낸 그는 "모든 타선을 경험해봤다"며 "어느 타순에 들어서든 매일 열심히 뛰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범경기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관중의 함성에 대해서는 "10%밖에 되지 않는 관중이지만 경기 상황마다 관중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조용한 순간이 느껴질 때는 시범경기 연습경기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포수와 1루수로 뛴 프레이타스는 개막 2연전에선 지명타자로만 뛰었다.

포수 자원이 넘치고 1루에는 팀의 간판스타 박병호가 버티고 있는 키움의 팀 사정상 프레이타스는 앞으로도 지명타자로 뛸 공산이 크다.

그는 "수비를 하면 경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반면 지명타자로 뛰면 멘탈적인 면과 육체적인 면을 함께 준비해야 해서 살짝 어려운 점이 있지만 난 도전을 즐긴다.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레이타스는 올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는 "팀 승리에 공격적으로 기여하는 게 목표"라며 "이것 외에 다른 목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원기 감독은 프레이타스의 이날 활약이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홍 감독은 "중간 투수들이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

박병호의 시즌 첫 홈런을 축하한다"며 "김수환과 프레이타스가 오늘 경기로 인해서 자신감이 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