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우승은 내 평생 목표…SSG에 롯데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보여줄 것"
이대호 "후배가 잘해서 내가 벤치 앉아도, 기뻐하며 응원할 것"
"후배들이 저보다 잘해서, 제가 벤치에 앉아 있어도 팀만 이길 수 있다면 기뻐하며 손뼉 칠 겁니다.

"
이대호(39·롯데 자이언츠)는 2021년 들어서 유독 '팀 우승'을 향한 열망을 강하게 드러낸다.

비로 취소되긴 했지만, 프로야구 2021년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이 예고됐던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도 이대호는 "한 경기에 홈런 2개를 치면 기뻐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내 개인 기록을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나이가 됐다.

롯데에 입단(2001년)할 때부터 늘 팀의 우승을 바랐지만, 이제는 내가 못 하는 날에도 팀이 이기고 결국 우승하는 장면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롯데와 부산 야구의 상징이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우타자이기도 하다.

한국 타자 중에는 최초로 한·미·일 야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화려한 이력을 쌓은 이대호지만, 깊은 한이 남았다.

이대호는 "2001년부터 늘 롯데 우승만 바랐다.

아직 (내가 입단한 뒤에)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게, 믿기지도 않고 속상하다"며 "계약 기간 2년 안에 꼭 우승하고 싶다.

내가 2년 동안은 팀이 우승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믿는다"고 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자유계약선수(FA) 잔류 계약을 했다.

계약 기간보다 눈길을 끈 건, 우승 옵션이었다.

이대호는 롯데와 2년 총액 26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8억원, 우승 옵션 매년 1억원)에 계약했다.

이대호는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이제 나도 은퇴를 떠올릴 나이가 됐다"며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뛰며 우승에 도전하겠다.

혹시 2년 안에 우승하지 못한다면, 후배들에게 또 부탁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FA 계약에 우승 옵션을 넣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는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았다.

투수로 입단한 롯데에서 타자로 자리 잡고자 애쓰고, 일본과 미국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했던 이대호는 "이제는 팀에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나오면 기뻐해야 할 나이다.

더 좋은 후배가 경기에 출전하고, 내가 벤치에 앉아 있어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며 "정말 팀 우승만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대호 "후배가 잘해서 내가 벤치 앉아도, 기뻐하며 응원할 것"
어느덧 롯데 더그아웃에는 이대호보다 20년 늦게 태어난 2002년생 선수들이 출현했다.

이대호는 "내 딸이 열 살이다.

나와 스무 살 차이 나는 후배가, 내 딸과는 열 살 차다"라고 웃으며 "우리 후배들은 선배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서 야구했으면 좋겠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야 팬들도 좋아하시고, 한국 야구도 발전한다"고 했다.

물론 선배와 후배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 팬들과 구단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이대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SSG)가 한국에 와서 뛰어 기쁘다.

신수가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다"며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김강민, 정상호(이상 SSG) 등 우리 1982년생 친구들이 '야구는 나이로 하는 게 아니다.

준비된 선수가 더 잘한다'는 걸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동갑내기 친구들을 응원했다.

그는 SSG가 KBO 신입 회원으로 등장하면서 SSG와 롯데가 '유통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것도 환영했다.

물론 "롯데가 이겨야 한다"는 승리욕도 드러냈다.

이대호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에서 롯데를 겨냥해 "그들이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다"라고 과감한 선전 포고를 한 것이 화두에 오르자 "구단주께서 야구에 관심을 보여주시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라고 반기면서도 "우리 롯데가 많이 이겨서, '형님 구단'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시원하게 응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