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자 선수는 스키세계선수권에서 자국 여성 인권에 관심 호소
이란 여자 스키 코치, 남편 반대로 출국 못해…휴대전화로 지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진행 중인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이란 여자 선수가 자국의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이란의 파로그 아바시(28)는 19일(한국시간) 열린 여자 대회전에서 1분 36초 80을 기록, 출전 선수 99명 가운데 63위를 차지했다.

그가 경기를 마친 뒤 이란의 여성 인권에 대해 말한 것은 그의 코치인 사미라 자르가리가 이번 대회에 동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르가리 코치가 이탈리아로 함께 오지 못한 것은 그의 남편이 출국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이란 법에 따르면 남편이 아내의 외국 여행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바람에 자르가리 코치는 이란에 남아 휴대전화를 이용해 '원격 지도'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경기 시작 전과 1차 시기 종료 후, 그리고 경기를 다 마친 후에 세 차례 핸드전화를 통한 지도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자르가리 코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남편이 현재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혼에 동의하지 않자 그가 나를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법을 바꾸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싶다"며 남편의 반대로 출국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란 여자 스키 코치, 남편 반대로 출국 못해…휴대전화로 지도
아바시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라며 "이란의 모든 여성과 함께 이걸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P통신은 "2015년 이란 풋살 선수인 닐로파르 아르달란도 남편의 반대로 아시안컵 출전이 좌절됐다"고 이번 자르가리 코치와 비슷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아바시는 "이란에서 여성들은 운전이나 여행, 운동선수의 경우 훈련과 경기 출전 등이 자유롭다"면서도 "1천 명에 한 명꼴로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런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르가리 코치는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지도자 자격으로 방한했던 인물이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 여자 선수 4명이 출전, 아테페 아흐마디가 대회전 55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