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 돌풍' 이끈 김기태 감독 "제2의 씨름 부흥기 왔으면"
"우리 선수들이 흘린 땀에 힘입어 제2의 씨름 부흥기가 오면 좋겠어요.

그 중심에 우리 영암군민속씨름단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김기태(41) 영암군민속씨름단 감독은 올 시즌 목표로 '씨름의 부흥'을 꼽았다.

민족 스포츠인 씨름을 지키고 싶다는 그는 "씨름은 정말 재미있는 종목이다.

규칙을 알면 더 재미있기 때문에 방송에 출연해 경기 규칙을 알리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씨름의 매력을 국민에게 알리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이달 15일 막을 내린 '위더스제약 2021 설날장사씨름대회'에서 남자부 개인전 3체급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팀에 합류한 허선행(22)이 태백장사(80㎏ 이하)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오창록(27)과 장성우(24)가 각각 한라장사(105㎏ 이하)와 백두장사(140㎏ 이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7년 창단한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이번 대회까지 천하장사 2회를 포함해 34회 장사를 배출했다.

여기에 3차례 단체전 우승을 맛봤고, 전국체전에서도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줄곧 돌풍을 이어왔지만, 한 대회에서 세 체급을 석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기태 감독은 17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아주 기분이 좋다"며 웃고는 "열심히 동계훈련에 임해준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운동도 그렇지만, 내가 하도 쪼아서 힘들었을 텐데 선수들이 진실하게 목표를 위해 달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전동평 구단주님과 군 관계자들, 후원회장님들, 그리고 씨름단 서포터즈 등 많은 분의 응원 덕에 좋은 성적을 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팀의 선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잔뼈 굵은 선수들뿐 아니라 '젊은 피'들이 좋은 활약을 하고 있어서다.

2019년 실업 무대에 데뷔한 뒤 같은 해 천하장사 대회에서 생애 첫 태백장사에 오른 허선행은 지난 시즌 어깨 부상 등으로 주춤했으나, 팀을 옮긴 뒤 이번 대회에서 개인 통산 두 번째 장사 꽃가마에 올랐다.

역시 2019년 대학을 중퇴하고 영암군민속씨름단에 둥지를 튼 장성우는 벌써 7차례 장사(백두장사 5회·천하장사 2회)에 등극했다.

2019년부터 2년 연속 천하장사에 올랐고, 설날 대회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백두급 우승을 차지해 모래판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17년에 데뷔한 오창록은 천하장사대회 한라급 3연패를 포함해 총 7차례 장사를 지내며 강자로 자리매김 중이다.

김 감독은 이들에 대해 "각 체급에서 대한민국 씨름을 짊어질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모래판 돌풍' 이끈 김기태 감독 "제2의 씨름 부흥기 왔으면"
그는 "나도 15년간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12차례 장사에 올랐다.

보는 눈이 생겼다.

선수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열심히 하는지 혹은 꾀를 부리는지는 어느 정도 보인다"며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키웠다.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 노력하는 선수들을 데려왔다"고 전했다.

허선행과 장성우도 영입 당시 부상으로 재활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성실함과 진실함을 보고 함께 하기로 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기량을 끌어내는 건 감독의 몫이다.

김 감독이 출연하는 KBS 2TV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여러 차례 나온 바 있지만, 김 감독은 때로 부담을 '약'으로 사용한다.

그는 "방송에서는 더 심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평소에도 선수들에게 부담을 조금씩 주는 편이다.

씨름 선수라면 당연히 씨름을 잘하는 게 최우선이다.

온통 씨름 생각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훈련을 열심히 하는 건 물론이다.

훈련이 힘들지 않으면 달콤함을 맛볼 수 없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려고 하는데, 사실 선수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자신의 철학을 드러냈다.

감독을 맡는 동안 개인전 4체급 석권도 이끌고 싶다.

각 체급에서 모두 1등을 하라는 의미로 김 감독은 매일 오전과 오후 11시 11분에 휴대전화 알람을 맞춰두기도 한다.

그는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다.

욕심이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포츠팀이라면 그 정도의 목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바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씨름의 부흥이 먼저다.

김 감독은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이 됐듯, 천하장사가 인간문화재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런 시대가 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씨름이 세계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씨름단에 많은 관심을 주시면 좋겠다.

우리는 시합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더 좋은 기량과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