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방식에 자율성 부여…책임감 커진 선수들, 승리로 보답
'8연패 탈출' 고희진 감독 "이제껏 듣지 못한 함성 나오더라"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쳤습니다.

팀워크로 이긴 것 같습니다.

"
남자 프로배구 최하위 삼성화재가 '봄 배구'를 노리는 한국전력을 제물 삼아 8연패에서 탈출했다.

삼성화재는 1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방문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삼성화재는 직전 경기까지 팀 창단 이후 최다인 8연패를 당했다.

특히 최근 두 경기는 한 세트도 빼앗지 못하고 완패로 물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 크라우척이 복근 부분 파열로 결장하면서 연패 탈출의 동력마저 보이지 않았다.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설날 연휴를 반납하고 선수들과 훈련에 매진했다.

다만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선수들과 토의를 통해 지금 팀에 가장 필요한 훈련 방법을 찾고자 했다.

자유롭게 의견이 오갔다.

단체 훈련 대신에 포지션별로 각자에게 필요한 훈련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고 감독은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감독이 자율성을 부여하자 더더욱 책임감이 생긴 선수들은 더욱 간절하게 경기에 임했고, 결국 승리로 돌아왔다.

'8연패 탈출' 고희진 감독 "이제껏 듣지 못한 함성 나오더라"
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 입에서 (연패를 끊기 위한) 방법이 나왔다는 것이 기분 좋다"며 "오늘 같은 패기와 열정, 하고자 하는 의지가 계속 보인다면 삼성화재의 미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으로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마지막 5세트를 앞두고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 감독은 "5세트 들어가기 전에 '오늘 이기면 이틀 휴식을 주겠다'고 하자 이때까지 들어보지 못한 함성이 나오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거기서 승부는 결정이 났다"며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함성이었다"고 거듭 말했다.

승리의 주역들도 동의했다.

신장호는 "솔직히 그 말 때문에 이겼다"며 "선수들 모두 그것 때문에 미친 듯이 5세트를 했다.

감독님 덕분에 이긴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팀 내 최다인 20점을 터트린 김동영은 "감독님께서 1∼2라운드처럼 즐기는 모습이 안 나온다고 하셨다"며 "초심을 찾고 비시즌처럼 즐기면서 훈련했는데, 그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장호와 김동영은 자신들이 제안한 훈련 방식을 흔쾌히 수용해준 고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신장호는 "경기를 못 하는데도 우리 의견을 다 들어주셨다"며 "감독님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김동영 역시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 더 뛰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