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천재' 조던 스피스, 부활 날갯짓
‘망가진 천재’ 조던 스피스(27·미국·사진)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의 옛 스승인 부치 하먼(77·미국)의 원포인트 레슨이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스피스는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파71·7261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1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쳤다. 8언더파로 선두를 달리는 마크 허버드(31·미국)와 매튜 네스미스(27·미국)에게 4타 뒤진 공동 12위다.

올해 최소타로 1라운드 마무리

67타는 올해 들어 스피스가 한 라운드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스피스는 “티샷이 흔들렸지만 퍼트감이 좋아 버디를 많이 잡았다”며 “그동안 속을 썩여왔던 퍼트감이 올라오고 있어 다음 라운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피스는 20대 중반까지 메이저 대회 3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통산 11승을 거둬 우즈를 이을 ‘차세대 황제’로 불렸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상징인 그린 재킷은 물론 디오픈챔피언십의 트로피 ‘클라레 저그’도 차지했다. 하지만 스피스는 2017년 7월 디오픈챔피언십 우승을 끝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3년 넘게 우승 소식이 끊어지면서 1위를 달리던 세계랭킹은 92위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 시작된 2020~2021시즌에는 일곱 번 출전해 네 차례 커트탈락했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은 CJ컵@섀도우크릭에서 기록한 공동 38위다.

스피스는 작년 11월 마스터스를 공동 46위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마치고 동계 휴식기에 들어갔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먼을 찾아갔다. 2004년까지 우즈를 지도한 하먼은 ‘킹 메이커’로 통한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7·미국), ‘백상어’ 그렉 노먼(67·호주) 등도 모두 하먼을 거쳐간 제자다. 하먼은 “백스윙 톱에서 페이스 모양을 바꾸는 것이 낫겠다는 것과 스윙 과정에서 충분한 회전이 필요하다는 등의 조언을 스피스에게 했다”고 말했다.

거세게 부는 무명 돌풍

이번 대회는 지난해 11월 휴스턴 오픈 이후 처음으로 갤러리 입장을 허용했다. 라운드마다 최대 5000명의 관중이 입장해 선수들을 응원한다. 오랜만에 입장한 갤러리의 응원이 힘이 된 걸까. 이날 세계랭킹 100위권 밖에 있는 무명들의 돌풍이 거세게 불었다. 공동 선두인 허버드는 세계랭킹 153위다. 아직 우승이 없는 허버드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19년 휴스턴 오픈 공동 2위다. PGA투어 2년 차인 네스미스의 세계랭킹은 195위에 불과하다.

미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존슨은 물론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 필 미컬슨(51·미국) 등 강호들이 거액의 초청료를 받고 유러피언투어 사우디인터내셔널에 참가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불참하면서 신예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이경훈(30)이 무명돌풍에 합류했다. 세계 랭킹 263위인 이경훈은 이날 그린 적중률 100%의 고감도 샷을 앞세워 6개의 버디(보기 1개)를 잡아냈다. 5언더파 공동 6위에 오른 그는 생애 첫 우승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병훈(30)은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37위다. 지난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우승자 김시우(26)는 공동 70위(이븐파), 임성재(23)는 공동 86위(1오버파)로 대회를 시작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