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미국 진출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 일어나"
"다시 고교 3학년이 된다면, KBO리그부터 뛸 것"
최지만 "스위치히터·다리찢기는 그만…실력으로 보여드릴게요"
최지만(30·탬파베이 레이스)은 2020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전체가 주목한 '화제의 인물'이었다.

시즌 초에는 스위치히터로 깜짝 변신해 눈길을 끌더니, 세계에서 가장 고액 연봉을 자랑하는 투수 게릭 콜의 '천적'으로 주목받았다.

유쾌한 최지만은 월드시리즈 무대에서도 진격을 이어갔고, 1루에서 다리를 쭉 뻗어 찢는 듯한 호수비를 펼쳐 메이저리그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이제 최지만은 '경기 출장'과 '성적'으로 미국 팬과 한국 팬의 응원을 끌어내고자 한다.

최지만은 5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2020시즌을 돌아보고, 2021시즌을 향한 각오를 다졌다.

최지만은 "스위치 히터, 다리찢기 수비 등은 2021년에는 보여드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모든 경기에 출전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2010년 동산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직행한 최지만은 2020년 '전국구 빅리거'로 우뚝 섰다.

최지만은 한국인 타자 최초로 챔피언십시리즈에 출전하고,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도 밟았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홈런을, 월드시리즈에서는 안타와 득점을 하며 '한국인 최초 기록'도 만들었다.

팀당 60경기의 단축 시즌으로 치른 정규시즌에서 최지만은 42경기 타율 0.230(122타수 28안타), 3홈런, 16타점을 올렸다.

아주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었다.

또한, 정규시즌 14경기를 남긴 9월 13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지만은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합류했고, 월드시리즈를 포함해 포스트시즌 18경기에서 40타수 10안타(타율 0.250), 2홈런, 4타점을 올렸다.

볼넷은 10개나 얻어 출루율 0.412를 찍었다.

특히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투수 최고 연봉을 받는 게릿 콜을 상대로 홈런도 쳤다.

최지만이 월드시리즈에서 입은 유니폼은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있는 명예의 전당에서 전시된다.

기록적인 한 시즌을 보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최지만은 특유의 유쾌함을 담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했다.

다음은 최지만과의 일문일답.
최지만 "스위치히터·다리찢기는 그만…실력으로 보여드릴게요"
-- 3개월 동안 한국 생활은 어땠는가.

▲ (지난해 11월 9일에 귀국해) 2주 동안 자가 격리를 마친 후에 열심히 훈련했다.

몸 관리하고 치료했다.

인천에서 후배들과 함께 훈련했다.

-- KBO리그 선수들과도 훈련했는데
▲ 신민재(LG 트윈스)와 김도현(kt wiz), 이상원 kt 트레이너 등과 함께 훈련했다.

내가 트레이너와 후배들에게 부탁했다.

한국 선수들과 함께 훈련해 즐거웠다.

훈련 초기에는 코로나19 탓에 실내 훈련이 어려웠다.

추워도 실외 훈련을 했다.

-- 연봉조정 청문회는 어땠다.

▲ 오늘 새벽 4시 30분까지, 화상 청문회를 했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어서, 재밌더라. 내 에이전트가 변호를 잘했고, 팀에서도 구단의 입장을 잘 설명했다.

선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당연히 구단도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 연봉조정 신청 자격이 훈장일 수도 있다.

▲ 2010년 미국에 처음 진출할 때는 여기까지 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나 혼자 해낸 건 없다.

나를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

연봉이 오르니까, 더 책임감 있게 뛰겠다.

동산고 시절에 감독님께서 '웨이트트레이닝은 지루하니까, 이 시간을 견디면 계약금이 오른다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

(웃음)
--연봉 100만달러를 넘기는 것도 처음이다.

▲ 내가 손에 쥐는 금액은 많지 않다.

(웃음) 세금도 높고, 에이전트 수수료도 내야 한다.

(웃음) 더 열심히 해서 벌어야 한다.

처음으로 세 자릿수 연봉(100만달러 이상이라는 의미)을 받는다.

뿌듯하다.

예전에는 연봉조정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어느덧 내가 여기까지 와 있더라.
-- 코리안 메이저리거들과 한국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나.

▲ (류)현진이 형은 아이가 있어서 만나는 게 더 어려웠다.

(추)신수 형은 미국에 머물고 있다.

김광현 선수와는 아직 친분이 없다.

미국에서 시즌 중에 시간이 맞으면 뵐 수 있을 않을까.

-- 한국인 마이너리거 후배를 잘 챙긴다고 하던데.
▲ 오프 시즌 때 배지환, 박효준 등 후배들과 자주 연락하는 편이다.

미국에서 10년 이상 뛰다 보니 후배들에게 조언할 말이 있긴 하더라. 후배들과 대화하면서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배지환은 올해 피츠버그 파이리츠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로 뛴다.

배지환에게 '좋은 기회다.

즐겨라'라고 말했다.

최지만 "스위치히터·다리찢기는 그만…실력으로 보여드릴게요"
-- 나이가 어린 김하성이 빅리그에 직행했는데
▲ 좋은 계약을 했다.

축하한다.

아쉽게도 나는 아메리칸리그, 김하성은 내셔널리그에서 뛰어서 시즌 중에는 보기 어렵다.

김하성과 시즌 끝나고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나는 마이너리그부터 올라와서 '텃세'도 당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성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는 김하성은 구단과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것이다.

김하성은 워낙 좋은 선수다.

먼저 동료들에게 다가가면 잘 적응할 수 있다.

-- 게릿 콜에게 강한 이유는.
▲ 운이 따른 것 같다.

콜의 장점인 빠른 공을 노렸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콜이 변화구를 던질 타이밍이라고 생각할 때, 변화구가 오기도 했다.

김하성도 빠른 공을 잘 칠 것이다.

-- 올해 스위치 히터로 뛸 가능성이 있나.

▲ 전혀 없다.

작년에는 시즌이 워낙 짧았고, 좌투수 상대로 출전 기회가 너무 적어서 한 번 시도해봤다.

좌투수 상대로도 출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 월드시리즈는 최지만에게 어떤 경험이었나.

▲ 코로나19 때문에 중립구장(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월드시리즈를 치렀다.

홈구장에서 홈팬들과 함께 치르지 못해 아쉬웠다.

아쉽게 우승하지 못했지만, 좋은 경험 했다.

올해 탬파베이 전력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올해도 월드시리즈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우승 반지는 꼭 하나 얻고 싶다.

-- 특유의 다리찢기 수비를 올해도 보여줄까.

▲ 올해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야수들이 정확히 공을 던져줄 것이다.

비시즌에 실내 스포츠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필라테스를 하지 못했다.

올해는 다리를 찢으면 아플 것 같다.

(웃음) 허리, 골반, 발목 수술을 하면서, 근육과 신경에 문제가 생겼다.

내 허리 신경은 70대 수준이라고 하더라.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서 근육으로 버티는 중이다.

다행히 몸은 잘 만들었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 MLB와 한국에서 모두 인지도가 상승했는데.
▲ 시즌이 끝나고 입국하려는데 미국 공항에 20명 정도 나와서 나를 배웅했다.

'미국에서 잘 살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많은 분이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나를 응원해주셨다.

그런데 거리에서는 나를 알아보는 분이 거의 없다.

마스크 때문인가.

(웃음)
최지만 "스위치히터·다리찢기는 그만…실력으로 보여드릴게요"
-- 지구 라이벌 토론토에 선배 류현진이 있다.

▲ 토론토가 전력 보강을 잘했다.

하지만 우리도 젊은 선수들 기량이 점점 좋아진다.

'토론토는 물론이고, 뉴욕 양키스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류현진 선배와 경기장에서 만나면 서로 뿌듯해한다.

(좌완) 류현진 선배가 등판하면 내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더그아웃에서 보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혹시 류현진 선배와 맞대결하게 된다면 나도 열심히 상대하겠다.

팬들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다.

-- 2021년 목표는.
▲ 올해는 다시 경기 수가 162경기로 늘어난다.

체력관리 잘해서, 모든 경기를 뛰고 싶다 매년 시즌 말미인 9월이 되면 아쉬웠다.

올해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년 열심히 하는 게 목표다.

-- 다시 고교 3학년이 된다면, 미국에 진출하겠나.

▲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프로야구 생활을 해보고 싶다.

한국 선수들과 훈련하는 게 늘 그리웠다.

미국에서 지내다 보니 팀에 '선배' 개념이 없다.

한국 선배들이 하는 진심 어린 조언을 얻기도 어려웠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KBO리그에서 먼저 뛸 것 같다.

-- 한국인 야수 최초로 최지만의 월드시리즈 유니폼이 명예의 전당에 전시되는데.
▲ 솔직히 내가 간직하고 싶었다.

(웃음) 투수로는 박찬호, 김병현 선배님의 유니폼이 전시됐다.

한국인 야수 최초로 내 유니폼이 전시된 건, 정말 뜻깊다.

나중에 내 자식에게도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