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AFC U-23 챔피언십 우승으로 시작해 ACL 우승으로 마무리
"올해도 나태해지지 말고 내 할 일만"

'잊지 못할 2020년'…울산 원두재는 새해에도 '뚜벅뚜벅'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원두재(24)는 2020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로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원두재는 2017년 일본 J2(2부)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프로로 데뷔해 3년을 뛴 뒤 지난해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무대에 올랐다.

원두재는 울산에서 첫선을 보이기 전인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맹활약하며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의 우승과 함께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에 큰 힘이 됐다.

궂은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돋보이지 않는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원두재는 이후 K리그에서도 바로 호화군단 울산의 주전 자리를 꿰차고 정규리그 27경기 중 23경기를 뛰면서 1도움을 기록했다.

U-23 대표팀과 울산에서의 활약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벤투호의 일원으로 김학범호와 스페셜 매치에 나섰고, 다시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11월 오스트리아 원정에 동행해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데뷔전도 치렀다.

'잊지 못할 2020년'…울산 원두재는 새해에도 '뚜벅뚜벅'
물론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소속팀 울산은 K리그1과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전북 현대에 밀려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원두재는 울산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아쉬움을 한방에 씻어냈다.

원두재는 우승으로 시작한 2020년을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영플레이어상도 받았다.

원두재는 11일 울산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홍명보 신임 감독과의 선수단 상견례로 새해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상견례 후 만난 원두재는 지난해를 되돌아보면서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고 웃으며 "대단한 일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도 많아서 좋은 한 해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과 같은 멤버를 다시 구축하기는 솔직히 힘들 것 같다.

선발로 나서는 11명뿐만 아니라 대기 멤버까지 다 든든한 팀은 K리그를 통틀어도 보지 못한 것 같다"며 함께했던 울산의 동료들을 떠올렸다.

"저를 믿고 경기를 뛰게 해 언론이나 국가대표팀에서도 관심받을 수 있게 해 주신 굉장히 고마운 분"이라며 김도훈 전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그는 두 번의 준우승 때문인지 곧바로 "아쉬웠던 점도 있어서 나태해지지 말고 올 한해를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원두재 역시 지난해의 시작과 끝을 기억에 남을 시간으로 꼽는다.

'잊지 못할 2020년'…울산 원두재는 새해에도 '뚜벅뚜벅'
국가대표가 된 순간도 마찬가지다.

그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가서 조금 설레기도 했고 기대도 많이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많이 보여주려 노력했다"면서 "국가대표를 이어갈 수 있게 계속 보여드려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많은 것을 이뤘지만 소띠인 원두재에게는 소띠 해인 올해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앞만 보고 한발 한발 내디디려 할 뿐이다.

원두재는 "올해는 올림픽도 있고, K리그뿐만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도 다시 치러야 한다"면서 "하지만 먼 곳을 바라보지 않고 다가오는 통영 전지 훈련부터 잘 준비할 것이다.

차근차근 앞에 있는 것부터 잘해나가면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2월 1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참가한다.

울산 선수단은 클럽 월드컵을 포함한 새 시즌을 준비를 위해 13일부터 경남 통영에서 담금질을 이어간다.

울산은 홍명보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뒤로 새판짜기가 한창이다.

팀도 한층 젊어질 전망이라 원두재에 대한 기대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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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두재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는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물론 선수 시절 빼어난 경기력과 리더십 등으로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으로 불린 홍 감독에게서는 많이 배워 더 성장할 기회로 삼고 싶다는 게 원두재의 바람이다.

울산이 새로 영입한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과 관련해서도 "내가 할 것만 잘하면서도 형민이 형이 잘하는 부분은 쏙 빼서 터득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두재는 "다른 팀들도 선수 보강을 많이 해 작년보다 올해는 경기하기가 더 힘들 거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고는 "올해는 전북도 꼭 이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원두재가 K리그에서 보낸 첫 시즌인 지난해 울산은 전북에 정규리그에서 3전 전패, FA컵에서는 1무 1패를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