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골을 터뜨리는 데 30분이면 충분했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개인 첫 해트트릭을 앞세워 ‘슈퍼 손(SON)데이’를 완성했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샘프턴의 세인트메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EPL 2라운드 사우샘프턴 원정경기에서 4골을 폭발하며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이 EPL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골을 넣은 것은 EPL을 넘어 자신의 프로 커리어를 통틀어 처음이다.

앞서 에버턴과 리그 1라운드 경기, 로코모티프 플로브티프(불가리아)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경기에서 침묵한 손흥민은 이날 경기로 시즌 1~4호골을 한 번에 신고했다.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12경기에 출전해 10골 4도움을 기록하며 ‘사우샘프턴 킬러’의 면모도 이어갔다.

토트넘은 사우샘프턴의 빠른 공격 템포에 고전했다. 결국 전반 32분 대니 잉스에게 실점하며 0-1로 끌려갔다. 하지만 이는 손흥민의 역대급 경기를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요소에 불과했다.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이던 47분 역습 상황에서 해리 케인이 왼쪽에서 넘겨준 패스를 골지역 오른쪽에서 받아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다. 손흥민의 발끝을 떠난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시작 2분 만에 역전골이 나왔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손흥민. 케인이 찔러준 침투 패스를 골지역 정면에서 받아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이어 후반 19분에는 케인의 침투 패스를 골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9분 뒤엔 대기록이 터졌다. 이번에도 케인이 오른쪽에서 올린 대각선 크로스를 골지역 정면에서 왼발 슛으로 마무리해 4골째를 기록했다.

손흥민의 모든 골을 어시스트한 케인은 후반 37분 추가골을 넣어 1골 4어시스트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우샘프턴은 후반 45분 잉스가 페널티킥으로 만회골을 넣었지만 결과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축구 통계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과 케인에게 나란히 10점 만점을 부여했다. 손흥민은 “네 번의 경이적인 어시스트로 내가 골을 넣게 해준 케인이 MOM(최우수선수)으로 뽑혀야 한다”며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한편 토트넘은 이날 경기에 앞서 개러스 베일(31·웨일스)을 한 시즌 동안 임대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사우샘프턴에서 프로로 데뷔한 베일은 토트넘으로 이적해 6시즌 동안 56골 58도움을 기록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2013년 최고 이적료인 8600만파운드(약 1298억원)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뒤 이적 첫해 15골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했으나 최근에는 부상에다 지네딘 지단 감독과의 불화설에 휩싸이면서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토트넘은 베일의 1년 급여와 임대료로 약 2000만파운드(약 302억원)를 지급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