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코트 복귀 피롱코바 3회전 진출…'엄마 찬스 덕분에'
3년 만에 코트에 돌아온 스베타나 피롱코바(33·불가리아)가 출산한 선수들을 배려해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의 정책 덕분에 올해 US오픈 출전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피롱코바는 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340만 2천달러) 여자 단식 2회전에서 가르비녜 무구루사(16위·스페인)를 2-0(7-5 6-3)으로 물리쳤다.

이날 피롱코바가 꺾은 무구루사는 2016년 프랑스오픈과 2017년 윔블던 정상에 올랐고, 올해 호주오픈에서도 준우승한 투어 정상급 선수다.

특히 올해 US오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상위 랭커들이 많이 빠져 무구루사는 우승 후보로까지 지목됐으나 2회전에서 피롱코바에게 발목을 잡혔다.

피롱코바는 2017년 윔블던 이후 3년간 대회에 나오지 않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전을 치르는 선수다.

2016년 축구 선수인 미카일 미르체프와 결혼, 2018년 4월에 아들을 낳은 피롱코바는 이번 대회 여자 단식에 출전한 9명의 '엄마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9명의 '엄마 선수' 가운데 6명이 1, 2회전에서 탈락했고 피롱코바와 세리나 윌리엄스(8위·미국)는 3회전에 진출했다.

남은 한 명인 빅토리야 아자란카(27위·벨라루스)는 4일 2회전 경기를 치른다.

최근 3년간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아 세계 랭킹이 없는 피롱코바가 메이저 대회인 올해 US오픈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WTA 투어의 '엄마 선수'들을 위한 배려 정책 덕분이다.

3년 만에 코트 복귀 피롱코바 3회전 진출…'엄마 찬스 덕분에'
피롱코바는 1회전 경기 승리 이후 인터뷰에서 "WTA 투어가 출산한 선수들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복귀 결정을 할 수 있었다"며 "투어에 엄마 선수들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WTA 투어는 출산한 선수들이 투어 활동을 중단하기 전의 랭킹을 최대 3년까지 사용해 12개 대회를 뛸 수 있고, 그 가운데 2개는 메이저 대회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2019년부터 도입했다.

일반 선수들은 최근 1년간 성적을 토대로 세계 랭킹이 정해지고, 그 랭킹을 바탕으로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정한다.

'엄마가 가진 지위나 능력 등을 활용해 자식들이 덕을 보는 경우'를 뜻하는 '엄마 찬스'라는 신조어의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소 다르지만 이 경우도 '엄마 찬스'로 볼 수 있는 셈이다.

2010년 윔블던 4강까지 올랐던 피롱코바는 투어 활동을 쉬는 동안 피로네틱이라는 여성 생활 및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등 바쁘게 지냈다.

그는 "사실 너무 편안한 삶이었다"며 "그런 안락함에서 벗어나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코트 복귀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3월 코트 복귀를 선언한 피롱코바는 "공교롭게도 다시 훈련을 시작했을 때 코로나19 때문에 투어 일정이 중단됐지만 오히려 더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실제 대회에서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는데 일단 출발이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2012년 16강 이후 8년 만에 US오픈 32강에 오른 피롱코바의 3회전 상대는 돈나 베키치(24위·크로아티아)로 정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