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은 승리의 파랑새…김광현 등판날 세인트루이스 4승 1패
첨단 과학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선수의 기운, 에너지와 같은 미신의 영역이다.

행운을 불러오고 좋은 기세를 동료와 나누는 선수가 분명히 있다.

메이저리그 새내기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팀의 상징인 홍관조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

경기에서는 팀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로 변신한다.

김광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의 역투로 팀의 16-2 대승에 밑거름을 놓았다.

화끈한 타선 지원 덕분에 김광현은 힘들이지 않고 시즌 2승(무패)째를 챙겼고, 평균자책점을 0.83으로 끌어내렸다.

오른손 타자 몸쪽에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 왼쪽 타자 몸쪽에 높게 들어가는 두 종류의 슬라이더는 춤을 췄고, 신시내티 타자들의 방망이는 맥을 못 췄다.

김광현은 승리의 파랑새…김광현 등판날 세인트루이스 4승 1패
신시내티는 지난달 23일 김광현에게 빅리그 데뷔승을 선사한 데 이어 이날도 김광현의 2승 제물이 됐다.

타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김광현 특유의 속전속결 투구는 크게 앞선 상황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3회까지 타선이 무려 9점을 벌어준 터라 김광현은 고민할 필요 없이 마운드에서 재주만 맘껏 펼치면 되는 터였다.

김광현이 등판한 5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는 4승 1패를 올렸다.

김광현은 7월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상대로 데뷔해 세이브를 챙겼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탓에 선발 투수 자리에 공백이 생기자 보직을 바꿔 선발로 합류한 뒤 8월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다.

3⅔이닝 1실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팀은 3-1로 이겼다.

이후 신시내티, 피츠버그(8월 28일), 다시 신시내티와의 경기에 차례로 등판해 3경기에서 17이닝 동안 1실점이라는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선 6이닝 1실점(비자책점)으로 잘 던졌지만, 동점에서 강판했고 팀은 3-4로 아깝게 졌다.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2일 안타 23개를 몰아쳐 지난번 김광현을 돕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냈다.

김광현은 승리의 파랑새…김광현 등판날 세인트루이스 4승 1패
김광현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라이벌전에만 등판했고, 세인트루이스는 4승을 건졌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다른 팀보다 훨씬 빡빡한 일정을 치러야 하는 세인트루이스는 최강의 5선발 투수인 김광현 덕분에 승리 기회를 얻었다.

이날까지 팀이 거둔 14승 중 4승에 김광현이 직간접으로 관여했다.

성적만 보면, 김광현은 1승 2패에 머문 4선발 다코타 허드슨보다 낫고, 2승, 평균자책점 1.93을 올린 에이스 잭 플래허티만큼이나 기여도가 높다.

김광현이 누구보다 어렵게 빅리그에 입성한 점을 세인트루이스 동료들은 잘 안다.

코로나19 탓에 가족과 떨어져 오갈 데도 없는 처지에서 김광현은 묵묵히 시즌을 기다리며 땀을 흘렸고, 호투와 팀 승리로 열매의 달콤함을 조금씩 느끼는 중이다.

실책한 야수를 감싸고, 도리어 그 실책을 가려주지 못하고 실점한 자신을 자책하며 야수들의 수비 시간을 줄여주고자 빨리빨리 던진다는 김광현의 기특한 마음이 전통의 명문 구단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에게 이심전심으로 통하면서 상승효과를 내는 모양새다.

선발 투수가 승리를 수확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팀이 이기도록 발판을 놓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1선발 투수 류현진(33)은 불펜의 난조, 타선과의 엇박자로 올해 7경기에서 2승(1패)만 수확했다.

그러나 류현진이 등판한 날 팀은 5승 2패를 거둬 남는 장사를 했다.

류현진도 팀이 승리하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광현과 류현진이 가져온 '긍정의 효과'가 소속팀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