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정말 재밌다.”

지난달 16일 만 50세가 된 ‘쇼트게임 마술사’ 필 미컬슨(미국·사진)이 예사롭지 않은 말을 했다. 2일(한국시간)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50만달러)에서다. 최경주(50), 짐 퓨릭(미국) 등 동갑내기들이 기다렸다는 듯 시니어 투어로 눈길을 돌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그는 이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사우스윈드(파70·7277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를 버디 7개, 보기 3개로 4언더파 66타를 쳤다. 사흘합계 7언더파, 공동 6위. 2014년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멕시코챔피언십) 이후 ‘메이저급 대회’로 불리는 WGC대회에서 만 50세 이상 선수가 기록한 54홀 최고 성적이다.

미컬슨은 “다시 골프가 잘되기 시작했다”며 “퍼팅도 잘되기 시작했고 드라이브 샷도 잘되기 시작했다. 결과도 천천히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미컬슨은 이날 티샷으로 평균 300야드를 보냈고 그린적중률도 72.22%에 달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올해 같이 만 50세가 된 최경주와 퓨릭은 같은 기간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시니어)에 출전했다. 만 50세 이상만 출전할 수 있는 챔피언스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보다 상금이 많고 대부분 54홀로 치러진다. 하지만 미컬슨은 시니어 투어 대신 현역 연장 가능성을 높여가는 분위기다. 마지막 퍼즐인 US오픈 우승컵을 쟁취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통산 44승(메이저 5승)을 올린 그는 커리어그랜드슬램까지 US오픈 우승컵만 남겨두고 있다. 미컬슨은 US오픈에서만 준우승을 여섯 번 했다. 그는 “점점 더 꾸준한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