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이사회, 철인3종협회 관리 단체 지정
"2차 피해 막아달라"…철인3종 선수들, 관리단체 지정에 안도
트라이애슬론 실업팀 선수들과 가족, 지도자들은 대한체육회의 대한철인3종협회 '관리 단체' 지정 소식에 안도했다.

한 지도자는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을 보며 우리 지도자들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분명히 책임이 있다"며 "선수들은 보호해야 한다.

대한체육회가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결정을 내려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29일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제36차 이사회를 열고, 긴급 안건으로 심의한 대한철인3종협회에 관해 관리 단체 지정 결정을 내렸다.

관리 단체로 지정된 대한철인3종협회는 기존 임원을 모두 해임한다.

대한체육회가 구성하는 관리위원회가 철인3종협회를 운영한다.

체육회 인정단체인 대한철인3종협회가 준가맹단체로 강등되면 인건비, 경기력 향상지원금이 크게 줄어든다.

준가맹단체로의 강등 가능성이 제기되자 선수들은 29일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올림픽파크텔에 모여 "왜 폭력 피해자인 선수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가.

대한철인3종협회가 강등되는 건, 우리에게 운동할 곳을 빼앗는 결정이다"라며 "1차 피해 선수들에게 2차 피해를 주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차 피해 막아달라"…철인3종 선수들, 관리단체 지정에 안도
선수들의 바람대로 대한철인3종협회는 정식 가맹단체의 신분은 유지했다.

소식을 들은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가족은 "선수들은 피해자다.

피해자가 또 피해를 보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며 "협회 분 중에서도 종목을 위해 열심히 일한 분이 있어서, 안타깝다.

그래도 관리 단체 지정 기간에 협회가 선수들을 보호하는 단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바랐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2월 12일 최숙현 선수가 피해를 호소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최숙현 선수는 6월 26일 세상을 떠났고, 협회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석원 협회장은 24일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싶다"며 사퇴했다.

박석원 전 회장이 사퇴한 뒤 직무대행으로 일한 오장환 부회장이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이사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날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도 올림픽파크텔로 와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최영희 씨는 "숙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지키고 싶은 건,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의 인권이었다.

숙현이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나오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라며 "어려운 환경에서 훈련해 온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이 설 곳을 잃지 않게, '잘못한 사람'만 처벌했으면 좋겠다.

대한철인3종협회와 체육회도 숙현이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게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