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AP
타이거 우즈 /AP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151일만에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피드 4.2m의 유리알 그린과 시속 40㎞의 강풍이 휘감아 돈 난코스에서 상위권으로 대회를 시작했다.

부드럽고 날카로운 황제 샷

우즈는 17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코스(파72·7456야드)에서 열린 메모리얼 토너먼트(총상금 930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엮어 1언더파 공동 18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열린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 이후 5개월 만에 공식 대회에 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출발이다.

우즈는 1번홀(파4)부터 9m 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3번홀(파4)에서는 홀 30㎝ 거리에 공을 붙이는 정확한 아이언 샷을 선보이며 버디를 추가했다. 하지만 6번홀(파4)에서 티샷이 러프로 빠지는 바람에 보기를 내줬다. 8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해 2퍼트 보기에 그쳤다.

후반들어 파 행진을 펼치던 우즈는 15번홀(파5)에서 정교한 웨지샷으로 탭인 버디를 잡아내며 예사롭지 않은 아이언 샷감을 뽐냈다. 16번홀(파3)에서는 티샷이 그린 왼쪽 벙커에 빠진데 이어 벙커샷마저 반대편 그린러프로 들어가버리면서 보기를 내줬다. 하지만 18번홀(파4)에서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4.4m 버디퍼트로 연결시키며 기분좋게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우즈는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약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출발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드라이브와 아이언은 괜찮았는데, 퍼트가 대체로 안 좋았다”고 되짚었다. 우즈는 처음 겪는 무관중 경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도 나타냈다. 우즈는 “팬이 없으니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다”면서도 “똑같은 열정과 긴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우즈가 통산 5번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강세를 보였던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추가하면 우즈는 통산 83승으로 PGA투어 역대 최다승 부문 단독 1위가 된다.

“혹시?”…우즈, 경기 도중 허리 자주 만져

우즈의 유일한 숙제는 몸상태. 우즈는 라운드 도중 부상이 있던 허리를 만지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몸무게를 약간 줄인 모습이었지만, 티샷을 하고 난 뒤 표정을 찡그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평소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달리 파 5홀은 철저히 끊어 갔다. 미국 골프채널은 “허리부상을 겪었던 우즈가 안정적인 플레이를 고수하면서 버디를 잡아야 하는 찬스홀인 파5홀을 많이 놓쳤다”고 평가했다. 우즈는 그러나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 대회 때보단 몸 컨디션이 좋다”며 팬들의 염려를 일축했다. 당시 우즈는 11오버파 68위로 부진했다.

뮤어필드 빌리지는 한 주 사이에 야수의 모습으로 돌변했다. 같은 코스에서 지난주 열린 워크데이채리티오픈에서 19언더파를 쳐 우승한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이날 4오버파를 기록하며 공동 95위로 주저 앉았다. 리키 파울러(미국)가 9오버파를 쳤고, 더스틴 존슨(미국)이 8오버파를 쳤다. 6언더파 단독 선두 토니 피나우(31·미국)를 포함해 이날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24명에 불과하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는 2언더파를 치며 공동 8위에 올라 선두권을 지켰다. 2018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던 안병훈(29)은 1언더파 71타로 우즈와 같은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다.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는 이날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331야드가 넘는 장타를 뽐냈지만 아이언 샷 난조를 겪으면서 1오버파 73타를 치며 김시우(25) 등과 함께 공동 42위에 머물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