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지든 저렇게 지든 똑같아…실력 비슷하면 젊은 선수 기용할 것"
"6선발 체제로 마운드 운영…정우람은 2이닝 투입"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 파격 행보 "1군 다 바꿀지도 고민했다"
최대 위기에 빠진 한화 이글스의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 감독 대행은 첫 경기를 앞두고 거침없는 말로 자신의 철학과 향후 선수단 운영 방침을 밝혔다.

최 감독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그동안 구단의 시스템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1군 선수들을 다 바꿀지도 고민했다", "규정 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가 없다는 건 코미디 같은 모습", "불펜의 에이스 정우람이 저렇게 썩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등 다소 거침없는 표현으로 자기 생각을 밝히면서 강력한 쇄신안을 예고하기도 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 파격 행보 "1군 다 바꿀지도 고민했다"
다음은 최원호 감독 대행과 일문일답.
-- 첫 경기를 앞둔 소감은.
▲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최근 감독 대행을 맡은 뒤 정신이 없었다.

정민철 단장님께 연락을 받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정경배 수석 코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방향을 잡았다.

-- 1군 선수 10명을 엔트리에서 뺐는데.
▲ 팀 분위기가 가라앉게 되면 선수들의 정신적인 피로도가 높아진다.

신체적인 문제로 번진다.

현재 한화는 전체적으로 피로도가 높아 있는 상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모든 선수를 바꿀까도 생각해봤다.

일단 1군 선수들은 2군에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들을 일차적으로 내렸다.

-- 선수들과 따로 대화했나.

▲ 어제 상견례를 했다.

즐겁게 경기를 치르자고 당부했다.

눈치 보지 말라고 했다.

다만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눈치 없이 행동하지는 말자고 했다.

삼진을 기록했거나 실책을 범하고 돌아왔을 땐 서로가 격려해주자고 했다.

프로다운 경기를 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동안 해설위원을 하면서 프로답지 않은 모습을 많이 봤다.

볼넷을 남발하거나 베이스 커버 실수 등 기본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런 플레이는 집중하면 개선할 수 있다.

-- 오늘 선발 라인업을 대폭 변화했는데.
▲ 그동안 한화 라인업에서 가장 중요한 타순은 1, 3, 8번이었다.

1번이 선두타자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3번은 유주자시 타석 기회를 많이 얻었다.

하위 타순에선 8번 타자가 그랬다.

원래 정진호를 3번으로 내보내려고 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다.

마땅한 카드가 없어 최인호를 배치했다.

8번은 장타력을 갖춘 포수 박상언을 배치했다.

정은원은 많이 나아졌지만, 손목이 아직 안 좋다.

오늘 라인업에서 뺐다.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 파격 행보 "1군 다 바꿀지도 고민했다"
-- 그동안 성적이 좋았던 최진행을 2군으로 보낸 이유는.
▲ 주력과 수비에 문제가 있다.

타격에서도 대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전력이 약한 팀일수록 수비가 부족한 선수가 경기 초반에 출전하면 힘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수비가 좋은 선수를 경기 초반에 배치하고 중반 이후에 공격이 좋은 선수가 나가야 한다.

아울러 최진행이 2군에서 1군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직접 봤다.

너무 급하게 올라간 경향이 있었다.

최진행은 제대로 실전 감각을 갖춰 올라갈 것이다.

-- 지도자로서의 철학은.
▲ 구단은 육성해야 하는 선수와 중장기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선수 등을 나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런 것들이 부족했다.

어제 1군 10명의 선수를 엔트리에서 배제했는데, 이는 고참을 배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력이 비슷하면 당연히 어린 선수들을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 팀이 좋아진다.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 파격 행보 "1군 다 바꿀지도 고민했다"
-- 선발 타순에 배치된 선수들은 1군 경험이 부족한데.
▲ 그동안 한화가 패할 때마다 똑같은 선수를 기용해서 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렇게 해서 지나 저렇게 해서 지나 비판받는 건 똑같다.

새로운 시도를 안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남은 경기가 많다.

100연패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 그동안 출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한 마무리 투수 정우람의 기용 방침은.
▲ 불펜의 에이스가 저렇게 썩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정우람과 면담을 해 투입 시점을 정했다.

7회에 마운드에 올리는 건 빠르다.

8회 정도에 올릴 생각이다.

8회에 아끼다가 위기 상황에서 내보내는 것보다 2이닝 정도를 맡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다만 휴식은 확실히 줄 예정이다.

불펜 투수들도 최대 2이닝을 넘기진 않을 것이다.

-- 선발 투수 운용 계획은.
▲ 6선발 체제를 생각하고 있다.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 장민재는 고정으로 선발 투입하고 나머지 세 자리는 6명의 선수를 경쟁시킬 것이다.

그동안 한화엔 선발 로테이션을 제대로 경험한 선수가 거의 없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가 없다는 건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그런 선수에게 많은 경기를 맡기면 탈이 날 것이다.

김민우와 김이환이 선발 한 자리를 놓고 1, 2군을 오가며 열흘 로테이션으로 등판한다.

남지민, 한승주, 최이경, 오동욱도 돌아가면서 기회를 줄 것이다.

6명의 선수를 열흘 로테이션으로 돌리면 불펜 투수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

불펜은 10명을 쓰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