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안 볼빅 회장이 ‘컬러 깃털 셔틀콕'과 신제품 골프공 솔리체를 양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문 회장은 “배드민턴 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문경안 볼빅 회장이 ‘컬러 깃털 셔틀콕'과 신제품 골프공 솔리체를 양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문 회장은 “배드민턴 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최초’는 ‘양날의 검’처럼 작용한다. 오리지널의 가치를 인정받아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극소수의 얘기다. 대다수는 상용화에 들어서기도 전에 사라지는 비운의 길을 걷는다. 없던 시장을 만드는 ‘최초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볼빅이 ‘미래 먹거리’라며 ‘컬러 셔틀콕’을 내놓겠다고 하자 골프업계는 술렁였다. 최근 서울 강남 볼빅 본사에서 만난 문경안 볼빅 회장(62)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어려운 지금이 새 사업을 시작할 적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없던 제품에 도전하는 리스크를 재도약의 에너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볼빅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배드민턴은 토털 스포츠 브랜드를 지향하는 ‘넥스트 볼빅’의 디딤돌이다. 문 회장은 “한국에서만 400만 인구가 즐기는 배드민턴은 골프와 인구가 비슷하지만 접근성에선 훨씬 더 뛰어나다”며 “장소와 장비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아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수요가 많은 종목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진단했다. 세계 인구 4분의 1이 골프를 접했다면 4분의 3 정도가 배드민턴을 경험했다는 게 문 회장의 설명이다.

문 회장이 셔틀콕을 택한 건 ‘가장 잘하는 것’으로 도전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2010년부터 컬러볼을 제작했고, 세계 최초로 무광볼을 개발해 대성공을 거둔 만큼 컬러 마케팅과 발색 기술은 배드민턴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란 판단이다. 플라스틱 재질의 컬러 셔틀콕은 있어도 거위 털로 된 ‘유색 깃털 셔틀콕’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색을 입히는 기술이 녹록지 않아서다. 볼빅은 컬러 깃털 셔틀콕을 처음 개발했고, 연말까지 대량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볼빅은 지금까지 80가지 색을 개발해 이 중 52종을 컬러 골프공에 적용했다.

문 회장은 “스포츠에 색을 입히는 게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세계를 통틀어 이 정도로 다양한 색을 보유한 제조사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확신한다. 골프공도, 농구공도 색이 있는데 색이 있는 셔틀콕도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초 출시한 솔리체(SOLICE)는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할 또 하나의 아이템. 볼빅이 가장 잘하는 것들을 모아 만든 기술의 집약체다. 솔리체는 세계 최초로 ‘하이 글로시(high glossy) 3중 나노 코팅 기술’을 적용한 고광택 컬러볼이다. 골프공이 마치 ‘진주’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문 회장은 “골프공을 ‘보석’처럼 만들겠다는 게 목적이었는데, 코팅 밀도가 높아지다 보니 비거리가 늘어나는 뜻밖의 부산물까지 얻었다”며 웃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게 요즘의 숙제다. 하지만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는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6피스 골프공’ 등 문 회장 머릿속에는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문 회장은 “‘이너웨어(inner wear)’로 출발한 언더아머도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토털 브랜드로 올라섰다”며 “국내에도 나이키나 언더아머 같은 대표적인 ‘국산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볼빅이 그런 브랜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