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털어 추억 소환하는 K리그…명경기 7선 공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포츠가 '올스톱'되면서 팬들은 과거 명경기 재방송이나 하이라이트 콘텐츠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축구에 목마른 K리그 팬들을 위해 역대 명경기 7선을 꼽아 'K리그 하드(하드디스크) 털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다고 14일 밝혔다.

K리그 출범은 1983년이지만, 연맹은 경기 영상을 확보해둔 199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치러진 경기를 대상으로 최고의 명경기들을 선정했다.

하드 털어 추억 소환하는 K리그…명경기 7선 공개
◇ 2008시즌 챔피언결정전 2차전 수원-서울(12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원은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했고, 정규리그 2위였던 서울은 울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4-2로 이겨 챔프전에 올랐다.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수원은 2차전 전반 11분 에두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14분 뒤 서울 정조국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수원은 전반 36분 송종국이 결승골 2-1 승리를 거뒀다.

수원은 1~2차전 합계 3-2로 승리해 2004년 이후 4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승부가 끝나갈 무렵 경기장에 눈이 흩날리던 장관은 수원 팬들의 가슴에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수원은 이후 한 번도 K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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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시즌 챔피언결정전 2차전 서울-제주(12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서울의 상대는 전북을 제압하고 올라온 제주였다.

1차전에서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2차전에서도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제주 산토스가 먼저 전반 25분 선제골을 뽑았지만, 서울은 정조국과 아디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뒀고, 1~2차전 합계 4-3으로 이겨 10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 1998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포항-울산(10월 21일, 포항스틸야드)
K리그 '올드팬'들 사이에서 늘 첫 손에 꼽히는 명승부다.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포항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전남을 꺾고 정규리그 2위 울산과 플레이오프에서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치게 됐다.

1-1 동점이던 후반 44분 포항 최문식이 2-1 역전골을 넣은 건, 명승부의 시작에 불과했다.

후반 48분 울산 정정수의 골로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나는 듯했지만, '캐넌 슈터' 백승철이 후반 51분 벼락같은 중거리 결승골을 넣어 포항에 3-2 승리를 안겼다.

포항은 2차전에서 울산 골키퍼 김병지의 헤딩 결승골에 1-2로 져 챔프전 진출에 실패한다.

1998시즌 포항과 울산의 뜨거웠던 명승부는 이들 맞대결이 '동해안 더비'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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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시즌 40라운드 울산-포항(12월 1일, 울산문수축구장)
우승을 눈앞에 둔 울산(승점 73)의 리그 최종전 상대는 애꿎게도 2위이자 라이벌인 포항(승점 71)이었다.

김신욱, 하피냐, 까이끼 등 주축이 경고 누적, 부상 등으로 결장한 울산을 상대로 포항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경기는 0-0으로 끝나는 듯했다.

후반 40분을 지나자 관중석에 있던 김신욱은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평상복을 벗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벤치로 내려갔다.

그러나 김신욱과 울산 팬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처절한 패배였다.

후반 4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예비역 해병' 김원일이 결승 골을 넣어 포항에 역전 우승을 안겼다.

포스트시즌 없이 리그 성적만으로 우승팀이 정해진 시즌 중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팀이 가려진 것은 K리그 역사상 이때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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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시즌 38라운드 인천-수원(11월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2016시즌 최종전에서는 강등권의 11위 인천과 12위 수원FC가 맞대결을 펼쳤다.

인천은 후반 30분 터진 김용환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며 10위로 뛰어올라 잔류를 확정했고, 3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1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수원FC는 최하위에 머무르며 승격 1년 만에 강등됐다.

팀 잔류가 확정되자 인천 팬들이 경기장으로 난입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재금 500만원은 팬들이 모금 운동을 벌여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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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시즌 17라운드 강원-포항(6월 2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후반 25분까지 강원의 승리를 예상한 팬은 아무도 없었다.

전반 18분과 38분 완델손의 연속골과 후반 9분 이석현, 11분 완델손의 추가골을 차례로 얻어맞아 0-4로 뒤진 강원의 패배는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후반 26분부터 강원의 기적이 쓰였다.

조재완이 첫 추격골을 넣은 데 이어 후반 33분 발렌티노스가 득점해 2-4를 만들었다.

강원은 추가시간 조재완이 2골을 더 폭격해 4-4 동점을 만들더니, 후반 50분 '베테랑' 정조국의 결승골까지 더해 5-4 대역전극을 마무리했다.

이 경기는 해외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믿기지 않는 역전승으로 한동안 회자했다.

◇ 2009시즌 챔피언결정전 2차전 전북-성남(12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한 전북의 상대는 '신태용 매직'을 앞세운 성남이었다.

성남은 당시 6강 플레이오프부터 인천, 전남, 포항을 연파하고 챔프전까지 진출했다.

성남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성남이 0-0으로 비길 때만 해도 신태용의 '매직'은 또 한 번 효험을 발휘하는 듯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전북은 에닝요가 전반에만 2골을 넣은 데 이어 후반 이동국이 페널티킥을 성공 시켜 김진용이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성남을 2-1로 제압했다.

2009시즌 처음으로 K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이후 6차례 더 우승했고, 지금도 K리그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