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부친상 이후 월드컵 스키 대회 불참, 무관으로 시즌 마쳐
아버지에게 받은 영향 잘 표현한 기사 내용에 감사
SI 표지 모델로 나온 시프린 "아빠가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알파인 스키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미케일라 시프린(25·미국)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다시 한번 나타냈다.

시프린은 2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하나 올렸다.

바로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3월호 표지 모델로 나온 것에 대해 함께 작업한 SI 표지 제작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시프린은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에서 통산 66차례나 우승한 선수다.

월드컵 66승은 남녀를 통틀어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 기록이고 은퇴한 선수까지 더하면 여자부에서는 린지 본(미국)의 82승에 이어 2위, 남녀를 더하면 4위에 해당하는 승수다.

1승만 더하면 남녀를 통틀어 3위인 마르셀 히르셔(오스트리아·은퇴)의 67승과 동률이 된다.

남녀부 통합 알파인 월드컵 최다승 기록은 역시 은퇴한 잉에마르 스텐마르크(스웨덴)의 86승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전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시프린은 사실 2019-2020시즌 안에 히르셔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8-2019시즌에만 17승을 쓸어 담고 60승을 채웠기 때문에 2019-2020시즌에 최소한 70승까지는 달성할 것이 유력했다.

시프린이 2019-2020시즌에 6승에 그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월에 시즌이 일찍 종료된 탓도 있지만 아버지인 제프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더 큰 이유가 됐다.

SI 표지 모델로 나온 시프린 "아빠가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시프린은 2월 초 이탈리아에서 대회를 준비하다가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미국 콜로라도주의 집으로 돌아갔으나 결국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말았다.

어릴 때부터 항상 코스 안팎에서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낸 시프린은 충격으로 인해 2월 한 달간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3월 중순에 월드컵 복귀를 위해 유럽으로 건너갔으나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그대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최근 3년 연속 알파인 월드컵 종합과 회전 부문 우승을 차지했던 시프린은 2월 이후 다른 경쟁자들에게 추월을 허용하고 결국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종합, 회전, 대회전, 슈퍼대회전까지 4개 부문을 휩쓸었던 지난 시즌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가 됐다.

시프린은 이날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내가 SI의 표지로 나온 3월이 끝난다"며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해도 아닌데 표지에 나오게 해준 SI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인사했다.

그는 "이 표지를 소셜 미디어에 지금까지 올리지 않았던 것은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라며 "SI에 감사한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I 표지 모델로 나온 시프린 "아빠가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시프린이 이런 인사말을 비교적 늦게 올린 이유는 역시 아버지에 대한 감정 때문이었다.

그는 "인생은 이상한 방법으로 작동하기 마련인 것이 이탈리아에서 이 표지 사진을 찍었던 날에 나는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이 SI가 판매를 시작한 2월에 내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고 글을 이어갔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나에 대한 기사는 처음에 그레그 비숍(글을 쓴 기자)이 기획한 것과는 매우 다른 내용으로 채워져야 했다"는 시프린은 "그레그가 아빠가 내게 미친 영향을 포착해서 묘사해준 부분은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고 고마워하며 해당 부분을 인용했다.

그는 "그레그와 처음 만나 언젠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멋있게 써줄 것이라는 기대를 말한 적이 있지만 사실 이런 방식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아빠도 이 글을 본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감사한 마음과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했다.

시프린은 "분명히 아빠는 반짝이는 눈과 함께 미소를 지으셨을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