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오픈 최종 4위

3라운드까지 줄곧 선두 달리다
5·6·10번홀서 잇따라 보기 실수
최종합계 16언더파 269타 기록
"배짱 두둑…경험 쌓이면 일낼 것"
'18세 특급 기대주' 김주형, 우승보다 빛난 존재감

‘스타 기근’에 시달리던 한국 남자프로골프에 반가운 유망주가 등장했다. 소년 골퍼 김주형(18·CJ대한통운·사진)이다.

키 180㎝, 몸무게 95㎏으로 탄탄한 체격을 갖춘 그는 10대 초반부터 골프 유학으로 차곡차곡 실력을 쌓은 특급 유망주다. 지난해 5월 17세 나이로 아시안투어에 데뷔해 반 년 만에 우승을 챙기더니 올해도 벌써 두 번째 ‘톱5’를 신고하는 등 잠재력을 꽃피우고 있다.

그는 1일 끝난 아시안투어 뉴질랜드오픈(총상금 140만뉴질랜드달러)을 16언더파 269타로 마쳐 단독 4위에 올랐다. 사흘간 64-68-67타를 쳤고, 최종일 4라운드에서도 1언더파 70타를 적어 내는 등 나흘 내내 언더파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줄곧 선두를 지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대했지만 마지막날 타수를 충분히 줄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4위 상금은 우리돈 약 4000만원.

출발은 좋았다. 전반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한국인 최연소 아시안투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기대를 부풀렸다. 하지만 5번, 6번, 10번홀에서 잇달아 보기를 내줘 순위가 뒤로 밀렸다. 김주형은 그러나 남은 8개 홀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덜어내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파3인 18번홀에서 아이언샷을 홀 2m 옆에 붙였지만 버디 퍼트가 살짝 빗나가는 바람에 올해 최고 성적인 공동 3위 기회를 놓쳤다. 우승은 투어 21년차 베테랑인 브래드 케네디(호주)가 차지했다. 최종일 보기를 한 개도 내주지 않고 8언더파를 몰아쳐 21언더파로 2타 차 열세를 뒤집었다.

김종훈 프로(JTBC 해설위원)는 “샷 정확도가 발군이다. 배짱도 두둑하다. 경험이 더 쌓이면 큰일을 해낼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무대에서 김주형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지난해 5월 데뷔하자마자 아시안투어 2부 투어인 아시안디벨로프먼트투어(ADT)에서 3승을 거뒀고, 11월에는 1부 투어 파나소닉오픈인디아를 17세149일 나이로 제패했다. BRI은행인도네시아오픈(3위), 태국오픈(공동 6위)에 이어 시즌 세 번째 대회 만에 올린 수확이다. 김주형은 드라이브 비거리가 288.63야드(89위)로 장타자급은 아니다. 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77.68%·3위)과 그린 적중률(79.17%·6위)이 최상위권으로 정확성이 좋다.

김주형은 열 살 때부터 필리핀, 태국 등에서 샷을 익힌 ‘골프 유목민’이다. 국내 아마추어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고 필리핀 골프 유학을 거쳐 유럽투어 3승을 올린 왕정훈(25)과 비슷한 커리어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신인왕에 오른 임성재(22)와 함께 일곱 번째 한국인 PGA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꼽힌다. 임성재는 아직 PGA투어 우승이 없다. 이번 시즌 12개 대회에 출전해 2위 한 번, 3위 한 번 등 ‘톱10’에 세 번 이름을 올리며 첫승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세계랭킹은 34위.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위치다. 한국 선수들은 지금까지 최경주(8승), 김시우(2승), 배상문(2승) 등 6명이 통산 16승을 올렸다.

김주형과 함께 출전한 재미동포 김찬(30)이 14언더파로 공동 7위, 최경주(50)와 김태우(27)가 9언더파 공동 18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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