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크라운' 23득점 활약으로 대한항공 7연승 이끌어
살아난 정지석 "이 지경까지 왔다는 생각에 간절해졌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정지석이 부진을 털어내고 펄펄 날았다.

정지석이 살아나자 대한항공은 7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를 꿰찼다.

대한항공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0(25-22 25-17 25-20)으로 제압했다.

이 승리로 대한항공은 우리카드를 밀어내고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정지석이 이끈 승리다.

정지석은 블로킹 7개, 서브에이스 3개, 백어택 4개 등 23득점을 거두며 개인 4호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백어택 3득점씩 이상)을 달성했다.

블로킹 7개는 정지석의 한 경기 최다 블로킹 신기록이다.

경기 후 정지석은 "개인적인 것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팀이 승점 3을 얻는 게 중요해서 팀을 위해 훈련했다"며 "예전에 제가 잘 안 됐을 때는 잘하고 싶어서 팀을 뒷전에 두기도 했는데 반대로 팀을 위해 하니까 개인 기록도 따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안 돼도 웃으면서 했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활약의 비결을 밝혔다.

정지석은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며 V리그 정상의 공격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부진을 겪었다.

특히 지난달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으로 뽑혀 2020 도쿄올림픽 예선전을 치르고 온 뒤로 기량이 떨어졌다.

정지석은 "올림픽에 다녀와서 박기원 감독님께서 저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와주셨다"며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는데, 제가 계속 말씀을 들어도 안 되니까 감독님도 제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말씀을 안 하시더라"라고 돌아봤다.

정지석은 "그때 제가 '이 지경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노력은 많이 했다"면서 "마인드컨트롤도 하고, 매일 제가 잘했을 때의 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살아난 정지석 "이 지경까지 왔다는 생각에 간절해졌다"

특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마음이 더욱더 무거웠다.

정지석은 불안 증세까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년과 올해의 차이가 있어서 힘들었다.

예전에는 자신감이 있으니 안 돼도 '별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쫓기듯이 불안 증세가 와서 새벽 3∼4시에도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남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했다"고 말한 뒤 "옛날에는 자신감이 있어서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 플레이를 못 보여주니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뛰어주는 동료를 보며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들었다.

정지석은 "나이가 많은 한선수 형과 곽승석 형이 제가 안 될 때 너무 잘해줬다.

다음 달 입대하는 김규민 형도 군대 가기 전까지 놀거나 쉬지 않고 열심히 해주는데 저만 이래서 미안하더라"라고 말했다.

또 "코치진도 저에게 마음을 써주시고 팬들도 안타까워해서 쓴소리를 많이 하셨다.

아버지도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다들 저에게 동정심을 갖고 해주시까 간절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지석은 자신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는 "마음가짐이 어느 순간 바뀐 게 아니라 서서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제가 너무 잘 되니까 기분이 좋은데 팀도 7연승을 달리고 1위가 됐다.

규민이 형이 군대 가기 전에 1등을 해서 좋다"며 기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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