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체전 우승 다음 날 주니어세계선수권 열리는 러시아로 출국
'숨 가쁜 일정' 춘천시청 여자컬링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휴, 내일 아침 러시아로 가야 하는데 이제 경기가 끝났으니…."
12일 경기도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만난 문영태 춘천시청 여자컬링 감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푸념했다.

오후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제101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여자일반부 결승전 경기가 끝난 시간이다.

스킵(주장) 김민지 등 일부 선수들이 도핑 검사를 받아야 해서 경기 후에 바로 경기장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결승전에서 '현 국가대표' 경기도청을 9-8로 꺾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메달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선수들은 바쁘게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야 한다.

다음 목표는 15∼22일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열리는 2020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13일 오전 비행기로 러시아로 떠나서 시차와 기후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문 감독의 설명이다.

'숨 가쁜 일정' 춘천시청 여자컬링 "목표를 위해서라면"
춘천시청은 11∼12일 동계체전을 치르기 전에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열린 코리아컬링리그에도 출전해 여자부 예선 2위를 차지했다.

춘천시청의 세컨드 김혜린은 "힘들기는 해도 원하는 목표가 있으니 그것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며 해맑게 웃었다.

리드 김수진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민지, 김혜린, 김수진과 양태이(후보)는 1999년생 동갑으로, '고교부 최강'으로 군림하던 송현고 동창들이다.

작년에 송현고 1년 후배 하승연(서드)이 새로 합류하면서 지금의 춘천시청을 이뤘다.

성인부에서 뛰고 있지만, 주니어 기준(만 21세 이하)에도 부합해 주니어 팀으로도 활약 중이다.

춘천시청은 송현고 시절부터 5년 연속으로 주니어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김혜린은 "동계체전 여자고등부에서는 우승을 해봤는데, 성인부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이라며 "특히 경북체육회, 경기도청을 연달아 이기고 우승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춘천시청이 준결승전에서 꺾은 경북체육회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팀 킴'이다.

김혜린은 "작년 동계체전 준결승에서는 경북체육회에 져서 결승에 못 갔다.

최근 경북체육회를 만나서 성적이 안 좋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이겨서 기분이 좋았고, 그 느낌을 타서 결승전에서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숨 가쁜 일정' 춘천시청 여자컬링 "목표를 위해서라면"
김수진은 "코리아컬링리그에서 또 결승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또 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코리아컬링리그 예선 라운드에서 여자부 1위는 경북체육회가 차지했고, 춘천시청은 2위, 경기도청은 3위에 올랐다.

경북체육회는 결승전에 직행했고, 춘천시청과 경기도청은 플레이오프를 치러 결승 진출권을 다퉈야 한다.

플레이오프는 오는 24∼25일, 결승전은 26일부터 3월 4일까지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열린다.

김혜린은 "여자컬링팀들의 대결이 치열하다.

경기를 시작할 때는 긴장하면서 들어가는데, 몸이 풀리면 재밌게 경쟁한다"며 웃었다.

이들은 오는 5월로 예정된 2020-2021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격돌할 전망이다.

김혜린은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국가대표 선발전도 문제없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춘천시청은 2018-2019시즌 국가대표를 지냈다.

2019-2020시즌 경기도청에 내준 태극마크를 탈환해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메달을 향한 추진력을 얻는 것이 춘천시청의 가장 큰 목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