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 획득…"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기사 되겠다"
"처음으로 나를 칭찬…이세돌·커제처럼 영향력 있는 기사 되고파"
'LG배 우승' 신진서 "이제 시작…아직 '신진서의 시대' 아니다"
"신진서의 시대요? 아직은 아니지만, 이제 시작해야죠."
'바둑 영재' 출신의 신진서(20) 9단이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발판으로 세계 최고의 기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진서는 12일 경기도 광명시 라까사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박정환(27) 9단을 제압, 종합전적 2-0으로 박정환을 제치고 LG배 정상에 올랐다.

신진서는 10일 제1국에서 236수 만에 백 불계승을, 2국에서는 16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신진서는 "최근 인터넷 바둑에서 중국 강자들 상대로 성적이 좋아서 기대감이 조금 있었다"며 "요즘은 아침에 박정환 9단이 인터넷 바둑에 접속했는지부터 확인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서 준비했다"고 밝혔다.

'LG배 우승' 신진서 "이제 시작…아직 '신진서의 시대' 아니다"
신진서는 2012년 1회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만 12세 4개월의 나이에 프로기사가 됐다.

입단 1년 6개월 만에는 신예기전인 합천군 초청 미래포석열전에서 우승하며 국내 공식 기전 최연소 우승(13세 10개월)을 기록했다.

입단 3년 5개월 만인 2015년 12월에는 렛츠런파크배에서 첫 종합기전 우승을 차지했고, 2017년 글로비스배에서 국제신예대회 첫 우승에 성공했다.

2018년에는 한국 바둑 랭킹 1위에 오르고 바둑대상 최우수상(MVP)까지 거머쥐면서 대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인자로 불리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LG배에서 신진서는 기존 일인자로 불리던 박정환을 제치고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강자로 올라설 자신감을 얻었다.

더욱이 준결승에서는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을 제압했다.

신진서는 "커제와 박정환 선수를 이기고 우승했다.

저 자신에게 입단 후 처음으로 칭찬해주고 싶다.

이번 만큼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만족한다"며 기뻐했다.

박정환은 신진서의 천적이었다.

이번 결승전에서 만나기 전까지 신진서는 박정환에게 9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박정환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신진서는 "이제 시작이다.

세계대회에서 더 많이 이겨야 하는데, 이제 한 번 이겼다.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제가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서의 박정환 상대 전적은 6승 15패다.

'LG배 우승' 신진서 "이제 시작…아직 '신진서의 시대' 아니다"
신진서는 "최대한 많은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나아가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기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넘어야 할 기사들은 많다.

그는 박정환과 커제를 "제가 쫓아가면서 경쟁해야 하는 상대"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양딩신을 "중국에서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경계했고, 동갑인 셰커, 딩하오를 경쟁 상대로 꼽았다.

신진서는 "강한 기사가 워낙 많다.

저도 이제 세계 경쟁력이 있는 기사라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아직 신진서의 시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LG배 우승으로 세계대회 자신감을 충전했지만, 춘란배·몽백합배 등 앞으로 예정된 세계대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연기된 탓에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진서는 "그동안 세계대회 직후 부진했었는데, 오히려 대회들이 연기돼서 더 괜찮을 수도 있다"며 신경 쓰지 않았다.

'LG배 우승' 신진서 "이제 시작…아직 '신진서의 시대' 아니다"
신진서는 시야도 넓히려고 한다.

그는 "바둑 외적으로도 이세돌 9단(은퇴), 커제 9단같이 영향력 있는 기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영향력은 이창호 9단처럼 인품이 좋은 기사, 이세돌·커제 9단처럼 스타성이 있는 기사가 갖는 것 같다"며 "바둑도 잘하고, 다른 부분에서도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바둑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도 완벽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너무 인공지능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배 우승 상금인 3억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묻자 신진서는 "프로기사 친구들 등 모든 지인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며 11일 대국장 겸 숙소로 찾아와서 응원해준 설현준 5단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