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KLPGA…'무서운 루키'들 뜬다
올해도 ‘화수분’이다. 세계 여자골프 주요 선수의 ‘사관학교’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얘기다. 루키들은 지난해 8승을 합작하며 단일 시즌 신인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며 투어에 신바람을 몰고왔다. 2020시즌도 지난해 못지않은 ‘슈퍼 루키’ 후보들이 ‘터줏대감’ 선배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검증된 ‘에이스’ 유해란

유해란(19)은 압도적인 신인왕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프로 데뷔와 함께 대기업인 SK의 후원을 약속받은 선수가 유해란이다. 그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받은 트로피만 10개가 넘는다. 2018년엔 임희정(20)과 함께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잠재력도 일찍 꽃피웠다. 그는 지난해 5월 KLPGA에 입회했다. 입회 3개월 만에 추천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 깜짝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미 KLPGA 드림(2부)투어 10차전과 11차전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뒤 이뤄낸 성과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이후 잔여 시즌을 모두 정규투어에서 보냈지만, 유해란의 ‘루키 시즌’은 2020시즌으로 낙점됐다. 시즌 도중 시드를 확보해 최소 참가 대회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경쟁자에겐 비보다.

스타 선수의 필수 요소인 ‘장타’도 갖췄다. 그는 3번 아이언으로 210~220야드를 보낸다. 드라이버로 ‘잘 맞으면’ 270야드 이상을 보낸다. “세게 때리면 그렇지만 멀리 치는 것보다 정확하게 치는 게 중요해 평소 80%의 힘으로만 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또 다른 ‘트로이카’ 멤버 정윤지

정윤지(20)는 유해란의 독주에 제동을 걸 유력한 후보다. 그는 임희정, 유해란과 함께 ‘국가대표 트로이카’란 꼬리표를 달았던 선수다. 임희정과 유해란이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딸 때 있었던 또 한 명의 선수가 정윤지다. 또 조아연, 박현경 등이 동갑내기 동기들이다.

그는 2000년생으로 임희정과 나이는 같지만 생일이 늦어 한 해 늦게 KLPGA 정규투어에 합류했다. 시드순위전을 통해 올라온 임희정 및 추천 선수로 참가해 우승으로 시드를 확보한 유해란과 달리 정윤지는 점프(3부)투어 우승, 드림투어 상금 5위 성적에 힘입어 차근차근 정규투어까지 올라왔다. 그린 적중률이 83%(2019 드림투어 성적)에 달할 정도로 정교한 샷이 일품이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정윤지의 정규투어 데뷔를 확신하고 2018년 말부터 그를 후원하고 있다.

정윤지는 “프로 전향을 늦게 할 수밖에 없었지만 3부 투어와 2부 투어에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며 “지난 1년은 정규 투어 생활을 하는 데 있어 큰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국가대표 동료였던 (임)희정이와 (조)아연이가 맹활약했듯 신인상과 시즌 2승을 데뷔 시즌 목표로 잡았다”고 포부를 밝혔다.

‘야구인 DNA’ 물려받은 조혜림

조혜림(19)은 ‘골프 명가’ 롯데 골프단이 예비 스타로 낙점하고 일찌감치 영입한 선수다. 후원 요청이 쇄도해 의류 계약 등도 일사천리로 마쳤다. 그는 지난해 드림투어 13차전 우승 등으로 상금랭킹 7위에 올라 20위까지 주어지는 정규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또 프로야구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등에서 활동한 선수 출신 조양근 씨가 그의 아버지다. 운동선수인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 남다른 운동 신경을 자랑한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현세린(19)도 신인상 후보다. 2018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에스트레야 담 레이디스오픈과 LET 타일랜드챔피언십에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드림투어 상금랭킹 13위로 시드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2020시즌 첫 대회로 열린 효성챔피언십에선 11위에 들며 순조롭게 시즌을 시작했다.

2부 투어를 거쳐 시드순위전(16위)으로 올 시즌 1부 무대를 밟은 첸유주(23·대만)도 주목할 만한 신인이다. 지난달 19일에는 고국인 대만에서 열린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투어 개막전 히타치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팬들에게 존재감을 각인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