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우리 홈이나 마찬가지…일본보다는 위에 서야"
"백승호·이강인, 국내 선수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올림픽 정조준' 김학범 "신뢰 있다면 동메달 이상 가능"
한국 축구를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정상에 올려놓은 '학범슨' 김학범(60) 감독이 "신뢰가 있다면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이상도 분명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림픽은 각 대륙 23세 이하 대회 챔피언을 포함한 16개 팀이 경쟁하는, AFC U-23 챔피언십과는 수준이 다른 대회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번 대회처럼 '신뢰'로 똘똘 뭉친 팀을 만든다면 올림픽 동메달 이상의 목표 달성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정조준' 김학범 "신뢰 있다면 동메달 이상 가능"
김 감독은 "올림픽 역시 연령별 대회이기에 한국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건 서로 믿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올림픽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또 "특히 일본에서 대회가 치러지는 건 우리의 홈 이점이라고도 볼 수 있고, 우리가 일본보다는 위에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그렇다면 동메달 이상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 먼저 프로팀 관계자들, 감독님들한테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싶다.

훈련 차출 등 여러 부분에서 굉장히 적극적인 도움 주셨다.

선수들 소집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 먼저 감사를 드린다.

-- 가장 어렵고 고비였던 때는 언젠가.

▲ 호주와의 4강전이다.

지면 피 말리는 3~4위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제일 부담이 많이 되고 긴장했던 경기다.

-- 한국 축구에 이번 우승은 어떤 의미일까.

▲ 연령 특성상 성인 대표팀 바로 아래 자리인데, 그런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을 충분히 열어준 점은 한국 축구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준 거라고 생각한다.

K리그의 22세 이하 선수 의무출전 규정이 연령대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대한축구협회에서 연령별 대표팀에 지속해서 투자를 해온 게 결실을 보고 있다.

-- 우승 과정에서 로테이션을 계속 가동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 대회 전 태국에서 3주간 전지훈련 하면서 날씨를 극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느꼈다.

그래서 로테이션을 하게 됐다.

이게 되려면 어떤 선수가 들어가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다른 팀에 전력이 노출되는 단점이 있지만, 그 부분은 자신감이 있었다.

'올림픽 정조준' 김학범 "신뢰 있다면 동메달 이상 가능"
-- 도쿄올림픽에서도 큰 폭의 로테이션을 돌릴 것인가.

▲ 대회마다 준비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

도쿄는 또 다른 대회다.

어떤 팀을 상대하느냐, 어떤 선수를 우리가 활용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다만, 도쿄 날씨는 고온 다습할 것이다.

그런 부분은 십분 감안하고 활용해야 한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 모든 경기가 문제점은 다 있다.

좀 더 빨라져야 할 것 같다.

움직임과 패스의 속도를 높여야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

조직적으로 수비가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다.

-- 와일드카드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겠다.

마음에 안 들었던 포지션을 지금 공개할 수는 없다.

(웃음) 진짜 팀에서 필요로 하는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말만 하겠다.

-- '공부하는 지도자'로도 유명하다.

틈날 때마다 여러 축구 선진국에서 연수를 해왔다.

이런 경험이 도쿄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

▲ 올림픽은 다른 대륙 팀들이 나오는 대회다.

각 나라 축구 수준과 스타일을 파악해온 게 도쿄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스타일을 가늠하기 힘든 북중미도 나는 돌아보면서 공부한 적이 있다.

같은 조 팀이 결정되면 더 세부적으로 파고들겠다.

우리 지도자들이 더 영리하게 배워야 한다.

축구 선진국의 전술적 능력이 '10'이라면 우리는 '1'에 불과하다.

똑같이 연구해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그들의 좋은 점만 골라서 한국 축구에 접목해야 한다.

얼마나 좋은 것을, 얼마나 빨리 갖고 들어와서, 얼마나 빨리 접목하느냐. 이것이 중요하다.

-- 메달 획득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냉정하게 평가해달라.
▲ 감독은 피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한테도 그렇게 가르치니까.

올림픽도 이번 대회와 다르지 않다.

서로 믿는다면 연령별 대회이기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그리고 우리의 홈이나 마찬가지인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다.

또 일본보다는 위에 있고 싶다.

그렇다면 당연히 동메달 이상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올림픽 정조준' 김학범 "신뢰 있다면 동메달 이상 가능"
-- 호랑이 감독에서 '자상한 아버지'로 이미지가 바뀐 느낌이다.

▲ 원래 자상했다.

훈련장에서만 엄하게 한다.

집중력 흐트러지면 부상 우려도 있고…. 엉덩이 두드려주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된다.

프로팀에서도 그렇게 해왔다.

이미지가 강해서 호랑이 감독이라고들 얘기하는데 나 그렇게 강한 사람 아니다.

(웃음)
-- '아픈 손가락'에 해당하는 선수가 있다면.
▲ 23명 선수 중 골키퍼 2명만 경기 출전 못 했다.

제일 미안하고 고맙다.

전혀 내색하지 않고 굉장히 훈련을 열심히 해줬다.

-- 백승호(다름슈타트)와 이강인(발렌시아)이 결국 승선 못 했는데, 이들 공백을 얼마나 느꼈나.

본선 합류는 가능할까.

▲ 팀에서 굉장히 필요로하는 선수들이다.

협회도, 나도 구단과 다방면으로 접촉했고, 얘기는 잘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 합류는 못 했다.

다만, 얘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구단과 관계는 아주 좋게 흘러갔다.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라고 해서 선발될 거라는 보장은 아무도 못 해준다.

국내 선수들보다 기량적으로 모든 면에서 앞서있어야 들어올 수 있다.

능력이 있어야 하고,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들이 합류한다는 말씀은 못 드리겠다.

경쟁은 똑같이 해야 한다는 말씀은 드리겠다.

-- 정우영(뮌헨) 기량이 기대 이하였다.

▲ 내가 전에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가서 직접 봤을 때, 국내 선수들이 못 하는 동작들을 많이 했다.

이런 부분들을 살려내면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에 비해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못 뛴 부분과 유럽파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심적인 부담이 돼 자기 자신을 눌러버린 것 같다.

이런 고민이 해소되면 더 가벼운 동작이 나올 것이다.

정우영은 많은 걸 가진 선수니까.

어젯밤에 기사를 보니 프라이부르크(1군)에서 뮌헨(2군)으로 임대됐던데 본인이 더 편하게 뛸 수 있는 쪽으로 간 것 같다.

더 나아지는 모습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올림픽 정조준' 김학범 "신뢰 있다면 동메달 이상 가능"
-- 와일드카드로 들어올 선수들은 어떤 자세를 보여야 할까.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와일드카드였던 손흥민, 조현우, 황의조가 제일 처음 나에게 한 질문이 '우리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다.

(웃음) 나는 '다른 거 하지 말고 공 들고 물병 들어라'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선배가 솔선해서 궂은 일을 하면 후배들은 따르게 돼 있다.

와일드카드 선배들은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팀이 하나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