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하게 경기한다며" 코라 감독 조소한 텍사스 마이너
미국프로야구(MLB)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완 투수 마이크 마이너(33)에게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마이너는 지난해 9월 27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200탈삼진을 채운 뒤 알렉스 코라 감독이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마이너는 8회까지 삼진 8개를 낚아 199개를 잡은 채 7-5로 앞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마이너는 첫 타자 샌디 리언을 좌익수 뜬공으로 낚은 뒤 다음 타자 크리스 오잉스를 상대했다.

오잉스의 타구는 1루 파울 지역 위로 높게 떠올랐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평범한 파울 플라이였지만 아무도 그 공을 잡지 않았다.

승리를 위한 아웃 카운트가 2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너가 탈삼진 200개를 못 채운 것을 동료들이 의식한 셈이다.

눈물겨운 지원에 힘입어 마이너는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오잉스를 삼진으로 요리하고 마침내 시즌 200번째 탈삼진을 기록했다.

투구 이닝도 208⅓이닝을 던져 200 투구이닝-200탈삼진을 이루고 뜻깊게 시즌을 마감했다.

경기 후 보스턴의 코라 감독은 고의로 공을 잡지 않은 텍사스 선수들의 플레이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나는 우리 선수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경기를 한 것이 기쁠 뿐"이라며 마이너가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기록을 채웠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보스턴 일간지인 '보스턴글로브'의 피트 에이브러햄 기자도 비난에 가세했다.

에이브러햄 기자는 "마이너의 200탈삼진 기록에는 큰 별표를 붙여야 한다.

겉만 번드르르한 기록이다.

그런 식으로 기록을 달성하는 것은 프로답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정당하게 경기한다며" 코라 감독 조소한 텍사스 마이너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코라 감독이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벤치 코치를 맡으며 사인 훔치기를 적극적으로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14일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에 대한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제프 루노 단장, A.J. 힌치 감독을 1년간 무보수 자격 정지 처분하는 등 휴스턴 구단에 철퇴를 내렸다.

코라 감독 역시 중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보스턴 구단은 15일(한국시간) 코라 감독과의 이별을 전격으로 발표했다.

사실상 해고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웃은 것은 마이너였다.

마이너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하지만, 하지만 그는 정당한 방법으로 경기를 한다며…피트, 넌 뭐라고 했지?"라는 글을 남겨 코라 감독과 에이브러햄 기자를 묶어서 조소했다.

미국 댈러스 지역 일간지 '댈러스 모닝 뉴스'는 "텍사스의 에이스는 1월에도 여전히 날카롭다는 게 밝혀졌다"며 마이너의 예리한 일침에 높은 점수를 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