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전 유성구 골프존 조이마루 전용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삼성증권 GTOUR 챔피언십’에서 최민욱(23)이 정상에 섰다. 1라운드에서 8언더파 10위에 그쳤던 그는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13언더파를 몰아쳐 최종합계 21언더파로 개인 통산 12승을 달성했다. 앞서 지난 7일 열린 WGTOUR(스크린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는 류아라(28)가 연장 5번째 홀까지 가는 혈투 끝에 조예진(19)을 누르고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WGTOUR에 이어 GTOUR 챔피언 얼굴까지 정해지면서 치열했던 스크린골프투어 2019시즌도 막을 내렸다. 1500여명의 선수들이 3000여 라운드에 걸쳐 총상금 15억원을 두고 양보 없는 승부를 펼쳤다. 투어는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 이렇게 되면 2012년 총상금 8억원으로 시작한 스크린골프투어가 8년 만에 ‘누적 상금 100억원 시대’를 맞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투어 등록 선수 4배로 껑충
사상 첫 시뮬레이션 프로골프투어인 GTOUR(남자)와 WGTOUR(여자)는 2012년 출범했다. 필드골프와의 기술적 격차가 큰 만큼 관심도가 낮을 것이란 우려가 앞섰다. 초기만 해도 “그것도 골프냐?” 같은 비아냥이 나왔다.
스크린골프투어는 이런 시선을 비웃듯 성장을 거듭했다. 첫 해 8억원으로 시작한 투어 총상금은 2014년 11억원으로 늘었고, 2017년 13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가 지난해부터 총 15억원으로까지 커졌다. 2020년 총상금을 최소 15억원으로 잡을 경우 누적 상금은 107억원으로 늘어난다. 그 사이 롯데렌터카, 삼성전자, 삼성증권 등 굵직한 기업들이 타이틀 스폰서로 대회 후원에 나섰다.
지난 시즌엔 정선아가 남녀를 통틀어 처음으로 상금 1억원을 돌파(약 1억1065만원)하는 진기록이 나왔다.
투어 등록 선수는 네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2012년 588명(남자 461명·여자 127명)에서 올해 12월 기준 2600명(남자 2020명·여자 580명)으로 증가했다. 불과 1년 만에 남자는 16.7%, 여자는 11.5% 늘어났다.
스크린골프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게 스크린골프투어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골프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스크린골프 인구는 390만명으로 2012년 186만명에서 6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2017년 351만명 대비로는 39만명(약 11.11%) 증가했다.
◆필드 프로 스크린 겸업 선언 잇따라
선수들의 수준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필드 골프 투어 프로들이 스크린골프투어로 잇따라 전향하면서 선수층이 한층 두터워진 게 스크린투어의 질적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 올 시즌에만 배경은(34), 최우리(34)를 비롯해 10여명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출신 프로들이 WGTOUR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혜진(32)은 2012년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윤지원(36)은 2006년 ADT캡스챔피언십을 각각 제패한 KLPGA 1부 투어 챔프 출신. 배경은은 최연소(16세) KLPGA 메이저 대회 우승 등 통산 4승을 수확한 베테랑이다.
KLPGA 드림투어의 서초비(25), 최수비(25)와 한국프로골프(KPGA)챌린지투어의 남현준(19)과 염돈웅(25) 등 필드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겸업골퍼’도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구독자가 수만 명에 달하는 인기 유투버도 배출하고 있다. GTOUR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통산 12승 베테랑 최민욱(23)이 대표적이다. ‘최민욱프로’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골프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레슨 영상 및 라운드 후기 등을 담은 그의 채널 구독자만 5만 여명에 육박한다.
K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한 ‘GTOUR 투어프로 인비테이셔널’이 처음 개최된 것도 스크린골프 인기를 실감케한다. 지난 13일 열린 이 대회에서 프로 10년차 전성현(26)이 필드와 스크린을 통틀어 생애 첫 우승을 수확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