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이 28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막을 올렸다. 문경민 하림그룹 전무(뒷줄 왼쪽부터), 손근기 프로기사 회장, 최정 9단, 김영삼 한국기원사무총장, 유근석 한국경제신문 이사 등 대회 관계자들이 출전자들의 대국을 관람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제24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이 28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막을 올렸다. 문경민 하림그룹 전무(뒷줄 왼쪽부터), 손근기 프로기사 회장, 최정 9단, 김영삼 한국기원사무총장, 유근석 한국경제신문 이사 등 대회 관계자들이 출전자들의 대국을 관람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하하하, 임(림)금님도 감탄하실 닭고기 먹고 3연패 해볼게요!”

제24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이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바둑 여제’ 최정 9단의 재치 있는 2행시(하림)와 함께 28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개막했다. 하림그룹(회장 김홍국)이 후원하는 이 대회는 한국경제신문사 주최, 한국기원 주관으로 오는 11월까지 4개월간 대장정을 이어간다. 총상금은 지난해보다 1000만원이 오른 4200만원(우승 상금 1500만원, 준우승 상금 7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씩이다.

3연패 노리는 ‘바둑 여제’ 최정 9단

최정 9단
최정 9단
우리나라 최고의 여자 바둑 기사로 꼽히는 최 9단은 이번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전기 대회에서 최 9단은 이슬아 5단에게 종합전적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2연패를 달성했다. 1993년 시작한 이 대회에서 3연패 기록을 달성한 건 두 명이 전부다. 윤영선 3단(1994~1996년)과 루이 나이웨이 9단(1999~2002년, 2009~2011년)이 3연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 9단의 3연패 달성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는 지난달 경기 김포에서 열린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중국 최상위 랭커 스웨 9단을 제압해 화제를 모았다. 스웨 9단과 전적에서 2전 2승이다. 상금 1억1584만원을 모아 상금랭킹에서도 남녀를 통틀어 국내 3위다. 최근 온라인 바둑을 통해 현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커제 9단(중국)을 꺾기도 했다. 커제 9단이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정은 나와 비슷한 실력”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로 상승세다.

최 9단은 “전기 우승자로 이번 대회에 출전해 영광”이라며 “(3연패를 달성한 후) 또 전기 우승자로 나오고 싶다”고 3연패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전기 준우승을 차지하며 최 9단을 끝까지 긴장하게 한 이슬아 5단의 부재도 그의 우승 가능성을 높인다. 이 5단은 앞서 중국의 뤄더룽 4단과 깜짝 결혼발표를 하며 은퇴했다. 전기 4강에 오른 오유진 6단이 최 9단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다.

최 9단은 “여자 바둑계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어떤 상대가 올라오든 이변이라고 말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 대회는 지난해 힘들게 우승해서인지 남다른 애정이 간다. 1분 초읽기 1회 규정의 심리적 압박감이 생각보다 큰 만큼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12세 아마돌풍 김은지 “8강 이상 목표”

최 9단을 잇는 ‘천재 바둑 소녀’ 김은지(12)의 깜짝 활약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제44기 하림배아마여자국수전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은지는 전기에서 프로 기사들을 잇달아 꺾고 16강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날 개막식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은지는 “1차 목표는 본선이지만 최종 목표는 지난해보다 높은 8강 진출”이라고 당찬 도전장을 던졌다.

올해도 아마추어에게 문호를 개방한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은 총 44명이 출전해 13장이 걸린 본선 티켓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44명 중에는 김은지를 비롯한 아마여자국수전 입상자 4명이 포함됐다.

예선 통과자 13명이 결정되면 전기 4강 자격으로 시드를 받아 본선에 직행한 최 9단, 오유진 6단, 강지수 초단이 합류해 16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24번째 여자국수는 11월 열리는 결승전에서 탄생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