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우(25)의 두 번째 샷이 홀 4m 앞에 떨어지더니 통 통 두 번을 더 튀며 홀을 지나치는 듯했다. 하지만 50㎝쯤 굴러가던 공은 엄청난 백스핀이 걸리면서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샷 이글. 함정우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다. 갤러리 사이에서 더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함정우가 19일 SK텔레콤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 어머니의 축하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함정우가 19일 SK텔레콤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 어머니의 축하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투어 2년차 함정우가 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하늘코스(파71·7040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총상금 12억원, 우승상금 2억5000만원)을 제패했다. 첫날 5언더파 공동 5위로 대회를 시작해 둘째 날 10언더파 공동 2위로 순위를 높였고, 셋째 날 11언더파 공동선두로 고지에 바짝 다가선 뒤 마지막 날 2타를 추가로 덜어내 꿈에 그리던 생애 첫 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최종일 그는 보기 3개를 내줬지만 버디 3개에 샷 이글 한 방을 보태 턱밑까지 따라온 추격자들을 2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13번홀(파4)에서 잡아낸 그림 같은 샷 이글로 그는 3타 차로 경쟁자들을 밀어냈고 정상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지호와 이수민이 11언더파 공동 2위에 올랐다.

국가대표 출신인 함정우는 데뷔 첫해인 지난해 이 대회에서 공동선두로 최종일에 들어섰다. 하지만 긴장감 탓인지 5오버파 77타를 치며 무너져 첫 승을 놓쳤다. 올해 그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가슴에 ‘77’이라는 숫자를 새긴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나와 지난해 아쉬움을 시원하게 털어냈다. 함정우는 이날 우승을 확정한 뒤 “작년 마지막 날의 징크스를 다시 겪지 않으려 빨간 옷에 77을 새기고 나왔다. 안 될 것 같았던 우승이 실제 왔다. 믿기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첫날과 둘째 날 선두를 달린 재미동포 장타자 김찬은 셋째 날 아이언 티샷 실수로 2타를 잃은 데 이어 마지막 날에도 퍼트 난조로 2타를 또 잃고 공동 8위(8언더파)로 뒷걸음질했다.

이날 마흔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탱크’ 최경주는 나흘 동안 2언더파를 쳐 공동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일 그는 버디 5개를 잡아내는 빼어난 퍼트감을 뽐냈지만 보기도 5개를 내줘 상위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최경주는 “새 출발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몸과 스윙을 재정비하는 작업이 완성 단계다. 4라운드를 치르고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건 좋은 신호인 만큼 앞으로 체력을 끌어올려 내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곧장 미국으로 돌아가 이달 말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출전한다. 만 쉰이 되는 내년에는 PGA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도 데뷔할 예정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