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우승기회 잡은 김민선 "낚시할 때냐는 말에 정신 차렸죠"
“지금 낚시나 다닐 때냐는 주변의 말에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골프가 직업인 프로선수도 대개 한 가지씩 취미생활을 한다. 김민선(24·사진)은 유명한 ‘낚시광’이다. 바다 근처에서 대회가 열리면 낚싯대를 꼭 가지고 다녔다. 미국 투어에 진출한 고진영(24) 등 주변의 친한 선수들에게도 틈만 나면 낚시를 권했다. 그는 “골프와 낚시 둘 다 손맛이 좋다. 힐링이 된다”고 자주 말했다.

5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만난 그는 “이번엔 낚싯대를 아예 놓고 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이날 열린 2라운드에서 1타를 추가로 덜어내 중간합계 6언더파 단독 선두로 시즌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통산 4승을 기록 중인 김민선은 한때 대회가 열릴 때마다 단골 우승 후보로 꼽혔다. 1995년생 동갑내기인 고진영, 백규정과 ‘트로이카’로도 불렸다. 최근엔 예전같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우승이 2017년 4월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일 정도로 침묵이 길다.

지난해 3월 열린 브루나이레이디스오픈에서 샷이 꼬인 게 긴 침체의 터널로 이어졌다. 당시 티샷이 한 번 오른쪽으로 밀렸는데 이후 계속해서 같은 실수가 나왔다. 지난 시즌이 끝날 때쯤에야 이 같은 증상이 없어졌다. 김민선은 “공이 안 맞다 보니 너무 생각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샷할 때 불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민선은 이틀 연속 안정적으로 타수를 줄이면서 우승 경쟁을 주도했다. 바람이 강하게 분 2라운드에서 대다수 선수가 타수를 잃은 것과 비교되는 차분한 경기 운영이다. 그는 중간합계 5언더파를 적어낸 최혜진(20) 이정민(27)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김민선은 “15주 연속 대회가 이어져 이번 대회는 감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는데 성적이 기대 이상”이라며 “일단은 1승이 우선이다. 다음 목표는 우승 이후에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